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로디 도일 외 지음, 닐 게이먼 외 엮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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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연 같은 것은 믿지 않는 사람이다. / p.91

여러 번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장 선호도가 높은 소설 중 하나가 앤솔로지 소설이다. 여러 작가님들께서 참여하신 소설은 마치 여러 가지 맛을 가진 아이스크림처럼 고르는 재미가 있다. 늘 취향에 맞는, 어떻게 보면 뽑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감을 주었다.

이 책은 닐 게이먼과 알 사란토니오가 엮은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그동안 한국 작가님들의 작품은 앤솔로지 소설로 많이 봤었다. 심지어 일부 출판사에서는 따로 모아서 시리즈로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충실한 독자로서 챙겨서 읽고 있는 편인데 외국 작가의 작품이 실린 작품은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고 좋은 기회에 읽을 수 있었다.

총 스물일곱 명의 작가가 참여한 소설집으로 채 열 장도 되지 않는 초단편에서부터 생각보다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까지 많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750 페이지가 넘는 정도의 많은 페이지 수를 자랑했는데 보통 두꺼운 책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단편들이기에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욱 컸던 책이었다. 약간 기괴하다고 느끼는 작품부터 소름이 돋는 작품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편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로디 도일이라는 작가의 <피>라는 단편이다. 처음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피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의 화자는 드라큘라의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욕구 통제에 능한 편인 듯하다. 그러다 갑자기 마치 드라큘라처럼 피를 갈구하는 증상을 보인다. 냉장고에 있는 생고기를 부인 몰래 처리하고, 다른 사람의 농장에서 닭에게 접근해 피를 먹기까지 한다. 자신조차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피를 원하는 이유를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대략 열 장 내외의 짧은 소설인데 시각적으로 그려진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드라큘라는 생명을 위해 피를 갈구하는데 화자의 경우는 조금은 다른 이유였다. 어떻게 보면 읽는 독자에 따라 조금은 의아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다. 그러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었던,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캣 하워드라는 작가의 <소설 속의 삶>이라는 작품이다. 작가를 남자 친구로 둔 화자의 이야기이다. 남자 친구는 화자를 소설의 소재로 사용한 듯하다. 특히, 성관계와 관련된 내용에 자주 언급이 되는데 화자는 이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결국 그런 일이 반복되어 헤어졌다. 단순하게 소설의 인물이 아니라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는 화자가 주인공인 소설 속의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뽑았던 작품이 너무 현실적이면서도 상상이 가능해서 와닿았다면 이번 작품은 현실감과 거리가 있었기에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인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하지만 묘사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상상으로 구현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처음에는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읽으면서 화자의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읽다 보니 그 지점이 너무 흥미로웠고 매력적이었다. 만화 주인공이 자아를 가지게 되는 스토리를 가진 한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정독하면서 하나씩 읽기는 했었지만 마치 서른하나의 맛을 가지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외국 작가의 작품이기에 문화적으로 더욱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지점이 신선했었다. 다채로우면서 색다른 세계관과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SF부터 호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 경험이 독특하면서도 새로웠던 경험이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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