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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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성급함과 중압감이 첫걸음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 p.20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하고 있지만 같은 카테고리 안에 다양한 직종이 있다.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달라도 간호사,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많은 직업군의 사람들과 함께 교류한다거나 협업하는 일이 많다. 나 역시도 다른 분야를 조금씩 경험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일을 했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직군을 하나 뽑자면 언어재활사이다. 다문화복지 세팅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언어발달이 조금 지체되어 있거나 재활이 필요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문 또는 센터에서 언어재활을 돕는 직업이다. 사실 언어재활사보다는 언어발달지도사 라는 이름으로 채용이 되는데 그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보다 대단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김지호 언어치료사 님의 에세이이다. 과거 직장에서 어깨 너머로 보았기에 언어재활사를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넓은 차원에서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던 책이다. 또한, 어렸을 때에 언어발달이 더디었기에 그런 부분에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18년이라는 시간동안 언어치료사로 근무한 저자가 언어 치료를 했던 스물다섯 명의 아동에 대한 기록이 담겼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만 20 세가 되는 순간까지 함께했던 친구도 있다. 그 안에서 아동의 수준이나 증상에 따라 언어 치료 계획부터 함께 있었던 일, 아동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언어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언어치료에 관한 부분이다. 마치 계획서를 보는 것처럼 단계별로 아이들의 치료 방법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의 증상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치료를 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디테일했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특히, 뇌병변 장애로 발화 자체가 되지 않는 아이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눈감는 행위로 훈련을 한다거나 면접에 대한 답변을 함께 연습하는 등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언어치료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는 사회복지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는 복지관에서 장애인 대상 방문 언어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자가 만나는 아동들 역시도 대부분 자폐스펙트럼, 다운증후군, 뇌병변 등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많은 이야기는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하면서 성장하거나 언어치료사로서 했던 실수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자연스럽게 복지에 관한 생각이나 관점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바우처 제도가 일원화가 되어 있지 않아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의 다양한 부처에 문의를 한다거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정책의 부족한 지점은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생각을 들기도 했다. 장애인복지를 하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과 사회복지사에 대한 당부가 더욱 마음에 남았다.

또한, 외부의 중압감을 가지고 말을 더듬는 아동,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동, 가족들에게 공격적으로 말하는 아동들에게 전하는 편지는 참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함과 동시에 더 나은 어른으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독자에게도 전달되었다. 일부 편지는 아동이 아닌 아동의 형제나 자매에게 전하기도 했는데 가족들의 어려움까지 헤아려 주는 섬세함에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직종은 다르지만 존경스러움을 느꼈다. 이렇게 이용인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회복지사로서 다가간다면 조금이나마 그들이 살만한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언어치료사이기 이전에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던, 직업인으로서 마인드를 돌아보는 계기를 주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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