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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로스 킹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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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지식의 전파 방식을 영구히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다. / p.201
좋아하는 무언가는 늘 궁금하다. 좋아하는 장르가 생기면 몰아서 보고 즐기며, 취향에 맞는 작가님의 작품은 그야말로 도장깨기부터 인터뷰까지 모조리 챙겨서 읽는 편이다. 또한, 드라마와 유튜브 매체에서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집중해 이를 파헤치고 궁금증을 해결하는 편이다. 이러한 일들이 꼭 무형의 무언가에 국한되지는 않다.
좋아하거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직장 동료가 머리 색깔이 바뀌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세심하거나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듣는 것을 보면 마음을 주고 있는 이들에게는 나도 모르게 궁금증을 가지고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연인 관계에서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볼 수 있는 과거가 궁금하고,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로스 킹의 역사 관련 서적이다. 책을 워낙에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보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시로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방보다 더 많이 접속하고,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유튜브 역시도 북 크리에이터로 수렴이 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데 서점에 관한 역사라는 점에서 눈길이 끌었다. 서점을 좋아하고 또 자주 가고 싶지만 서점의 역사에 대해 그렇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이번 기회에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서양의 서점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중심이 되는 사람은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던 베스파시아노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 환경에 살았던 베스피시아노는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서점상으로 가서 제본업을 배운다. 그렇게 열심히 책과 관련된 일들을 해온 결과, 세계 서적상의 왕이라는 호칭을 달 정도로 큰 손이 되어 있었다. 그는 서적 판매뿐만 아니라 제본, 필경사 등 책과 관련된 여러 업무를 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그런 베스피시아노의 업적과 서적의 역사, 베스피시아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베스피시아노에게 처음으로 영향을 주었던 사람과 최후의 심판 발견에 관한 내용이다. 베스피시아노는 서론에 언급했던 것처럼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서점상에서 일을 배웠다. 초반에 베스피시아노가 발을 내딛을 때 그를 긍정적으로 보았던 줄리아노 체사리니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체사리니는 당시 마흔 살의 신부로 어려운 환경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베스피시아노가 눈에 띄었다. 학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해 줄 테니 이어가라고 했지만 베스피시아노는 이를 거절했다. 거절했음에도 체사리니는 앞으로도 도움을 약속했으며, 이후 베스피시아노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열정을 가지고 임한다면 빛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음과 동시에 이러한 원석을 발견한 체사리니의 안목에 감탄했다. 아마 이렇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서적이 이만큼 발전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내 손에 좋은 책들이 쥐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발견된 최후의 심판 단편이라고 불리는 종잇조각 발견에 대한 내용은 참 흥미로웠다. 당시에는 종잇조각으로 떨어져 나왔던 최후의 심판 단편이 마인츠의 어느 은행원의 손에 발견된다. 이는 약 450 년 전의 작품이었다는 것도 모자라 14세기의 예언적 시에서 나온 지벨렌부흐에서 나온 것임이 밝혀졌다. 어떻게 보면 발견되는 게 뭐가 인상 깊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이 역시 그냥 지나가고 보면 종잇조각에 불과했을 텐데 이를 유심히 보다 보니 역사를 기록했던 하나의 큰 문서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종이가 그렇게 발견이 되었다는 사실도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구텐베르크나 르네상스 등 광범위한 세계사를 다룬 책이다 보니 읽는 내내 이름들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세계사 자체에 큰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공통 사회 이후에 세계사를 배울 일이 없다 보니 대략 십오 년만에 다시 보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 등의 그나마 익숙한 나라가 아닌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서적에 관한 역사여서 더욱 곱씹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 두꺼운 페이지 수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동안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영어 단어 paper의 어원과 파피루스의 존재,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된 베스피시아노라는 인물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관련된 역사가 참 흥미롭고 하나하나 새로웠다. 그 지점들은 하나같이 흥미로웠다.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지만 그것 또한 여행이라고 느껴졌던 책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