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력 질주 ㅣ 안전가옥 쇼-트 17
강민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평점 :

내가 저런 말을 들을 수 있다니. / p.32
신이 주신 것과 주지 않은 것들은 참 많겠지만 주지 않은 것들 중 하나는 달리기 능력인 듯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하는 달리기에서 3 등 이하로는 들어온 적이 없으며, 체력장에서도 뒤에 있는 친구들과 나란히 들어올 정도로 소질이 없었다. 어머니께서는 군 단위 체전에 대표로 뽑히실 정도로 중거리 선수로 활약하셨는데 항상 뒤에 들어오는 나를 볼 때마다 달리기 유전자는 부계에서 왔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은 강민영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신간 나오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체감한다. 누구보다 쇼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는 독자로서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느끼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 리뷰를 적은 것 같은데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일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작품 역시도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바다 수영을 잘하는 진이라는 인물과 달리기를 잘하는 설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서로 철인 3종 경기에서 나란히 각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웠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반면, 진은 학창 시절 때 이름순으로 했던 달리기에서 가장 마지막에 했기에 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설은 바다에서 강아지를 잃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보니 서로 잘하는 운동을 싫어하는 공통점이 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진과 설은 자신들의 취미를 할 수 없게 되자 인천의 송도 트라이 센터를 방문한다. 진은 센터에서 검은색 물을 보았고, 설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알고 보니 센터가 무너지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 수영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달리기와 수영을 싫어하는 이유가 더욱 와닿았다. 특히, 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설에게 바다는 늘 외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가장 소중했던 강아지를 앗아간 존재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어떻게 보면 바다 자체만 싫어할 수도 있을 텐데 이는 바다에서 겪었던 트라우마가 꽤 크게 작용한 듯했다. 물이 센터로 밀고 들어오는 와중에도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던 설의 심정과 행동이 무엇보다 이해가 되었다. 반면, 진이 달리기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주변 사람의 의식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교적 덜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진이 설에게 가지고 있는 질투가 와닿았다. 물론, 살면서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 그리고 가지지 못한 것을 해내는 설을 완벽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SNS만 보더라도 누구보다 진심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설이라는 인물에게 느꼈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센터를 탈출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영을 못한다는 설을 보고 질투의 대상이 아닌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 지점은 흥미로웠다.
쇼트 시리즈의 큰 장점 중 하나가 한 호흡에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소설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설과 진이 되어 주어진 위기를 헤쳐가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강아지 초코를 구하는 과정에서 들려 주었던 설의 이야기는 과거에 키웠던 강아지를 소환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늘 실망시키지 않았던 쇼트 시리즈였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었지만 항상 그 기대를 부합했던, 그리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전했던 소설이어서 읽는 시간이 참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