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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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모를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 p.35

아이티라는 나라는 뉴스에서 더욱 많이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아이티에 큰 지진이 나서 그 참혹한 순간을 봤던 때는 십 년이 지나도 아직 기억에 선명하다. 아이티 돕기 모금 활동까지 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점에 가서 군것질을 할 돈을 조금 아껴 모금함에 넣었던 순간도 있다. 

이 책은 그레이엄 그린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에 있는 세 줄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형편없는 코미디언이라는 말인데 뭔가 모르게 공감이 되면서도 어떤 내용이길래 코미디언이라고 표현을 했을까 싶었다. 줄거리를 모른 상태에서 남들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애환을 다룬 소설일 것이라는 예상이 들기도 했다. 일부러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이 소설은 브라운이라는 한 남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책이다. 메데이아 호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에 나온 스미스 부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은 각자의 계획에 따라 아이티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브라운 역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호텔을 보기 위해 아이티로 가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브라운이 만난 스미스, 존스, 그리고 자신 브라운까지 이들의 생각과 행적이 교차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티를 나름 많이 뉴스에서 듣기는 했지만 역사 자체에 문외한인 입장으로서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게 아이티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당시 시대를 반영하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등장했기에 초반에는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배경을 이해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 배경을 어느 정도 알고 보니 브라운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브라운의 심리 상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읽는 내내 브라운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기주의를 가지고 있거나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며, 자신이 만난 이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읽는 독자인 내가 보았을 때에는 브라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브라운에게 존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고, 스미스 부부의 생각이 보이기도 했었다. 너무 자신을 모르고 있지 않는가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브라운이 자신의 입으로 무결점한 인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인물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함께 조금은 웃음을 짓게 하는 문체가 좋았다. 특히, 선상 파티에서 풍선이 아닌 콘돔으로 꾸미는 장면이 참 유머로 느껴졌다. 더군다나 브라운이 성행위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씩 푸는데 그러한 이야기와 대비가 되어 더욱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그밖에도 저자 특유의 풍자하는 상황이나 웃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게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밖에도 등장 인물들의 말을 통해 뭔가 모르게 깊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 안에서 스미스 부부는 육식주의로 인한 산성이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 잡것과 윗양반으로 나눈다는 점, 양심적 병역 기피자와 단순 기피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등 단순하게 보고 나니 참 의문이 들었던 내용이었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 또한 저자가 의도한 풍자라고 보였지만 뭔가 모르게 마음이 답답했던 것 같다.

내용이 아닌 감정이 너무나 불편했다.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 더 나아가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이중적인 면모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았다는 측면에서 보였던 감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나니 사회적 배경의 문턱으로 못 읽은 것이 아닌 어쩌면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느낀 거북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들 역시 개인의 무대와 연극 위에 있는 코미디언과 다를 바가 없음을 인지하면서부터는 나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달리 보였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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