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주
조양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판 위와 부둣가의 이별은 모두가 가슴 미어지는 슬픔을 떼어내는 아픔들이다. / p.14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시대가 배경인 책들을 자주 구매하거나 읽게 된다. 최근에 읽은 소설만 하더라도 일제강점기의 여성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었으며, 구매한 책들을 보면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다. 올해 상반기 계획으로 구매한 책들을 읽을 예정인데 아마 최소 두 권 이상은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조양희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어서 눈길이 갔었는데 표지에서 묘하게 손예진 배우님의 영화인 '덕혜옹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내용부터 시작해 다른 부분이 많겠지만 뇌리에 강하게 남는 장면 하나가 계속 머리를 맴도는 느낌이 들어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장준주라는 인물로 자신을 키워주신 유모와 떨어진다는 게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의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일본으로 유학을 왔다. 그곳에서 자신의 스승이었던 오가와 선생님과 사촌 오빠인 장진석을 만나고, 도오루라는 이름의 건축학도와 사랑에 빠지는 등 인간 장준주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작가의 말에 의문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위해 노력한 일본인들이 있다는 어머님의 가르침과 삼촌의 일화를 작가의 말을 통해 언급했는데 읽는 내내 약간 이성의 충돌이 느껴졌다. 어머니께서는 실제로 오가와라는 이름의 선생님의 영향을 받으셨던 분이었고, 외할머니께서는 장남인 삼촌의 원한을 깊게 가지고 계시는 분이다. 신념을 가지고 조선을 도왔던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이해하지만 아픈 역사를 배웠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배경보다는 한 여성의 일생을 중심으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했기에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굳이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좋은 대학에 가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며, 사랑 역시도 충분히 쟁취할 수 있다. 재정적인 여건이나 개인적인 성향으로 연애나 결혼이 후 순위로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마 지금과 비교한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장준주의 삶 자체가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서 일과 사랑, 조국을 향한 그리움 등이 무엇보다 느껴졌다. 특히, 대한민국에 돌아와 친일파로 몰릴 때에는 읽으면서도 참 억울하다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에는 아마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말이다. 장준주가 어느 배경에는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 생생하게 와닿았다. 아무래도 이는 같은 대한민국 핏줄이라는 공통 분모에서 나온 감정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어서 좋았다. 일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으로 무조건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지만 잔인하고도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던 일본 사회 내에서도 무엇보다 진심을 알아 주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소설로 느낄 수 있었다. 배경이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 자체에 대한 감정이 옅어진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전부 사실은 아니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일과 우정, 사랑, 애국 등 평범하고도 다양한 사람의 감정 그리고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일제강점기의 단면과 한 사람의 일생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움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