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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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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흘러간다. / p.159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와 부모님의 상실을 깊이 생각하게 될 때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슬픔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름 독립적이거나 개인적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익숙하던 사람들이 이제 주변에 없다고 하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픈 일이다.
이 책은 고이케 마리코의 에세이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을 다룬 책들을 읽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상실이라는 게 마냥 슬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점이 참 좋았다. 다른 주제의 상실을 고르던 중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저자는 작가인 후시타 요시나가와 37년을 함께 살았다. 배우자이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것을 선호하던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다 11 년 전에 혼인신고를 했으며, 부부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고 한다. 평범한 부부로 살아오다 남편에게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다. 남편이 떠난 이후 상실과 그와 나눈 추억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공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자의 슬픔>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데, 전자의 에피소드는 친한 지인인 M 부부와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불과 가까운 시일 전에 M 부부와 저자 부부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 일 후 M의 아내도 세상을 떠났다. 네 사람에서 두 사람이 되었다는 점과 M이 저자에게 전화해 울면서 아내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과 M의 상실을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역시 경험해 본 사람이 이를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공감과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먼저 겪은 사람들>의 서두에는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무엇보다 그 시선과 내용이 참 좋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남편과의 추억이다. 그 중에서도 소꿉놀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참 인상적이었다. 크게 소유욕이 없던 저자는 어렸을 때에 아버지께 소꿉놀이 세트를 사 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소꿉놀이를 참 좋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남편이 더욱 좋아했다고 한다. 남자가 소꿉놀이를 좋아했다는 것 자체도 의외인데 지론도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을 턱턱 만들어내는 부인보다는 생활 자체를 소꿉놀이처럼 생각하고 이를 즐기는 여자가 좋다는 것. 연세에 비해 되게 열려 있다는 생각과 함께 편견에 갇힌 스스로를 반성하게 했다. 많은 추억들이 등장하지만 유독 미소를 짓게 했었던 일화였다.
저자는 남편의 공간과 함께 지내는 고양이, 만났던 사람들로 남편을 하나하나 추억한다. 상실의 슬픔은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남은 추억이 더욱 와닿았고 슬프다는 생각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을 더욱 많이 받았던 에세이이다. 상실이라는 게 남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상실이라는 단어 자체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