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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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출신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 p.127

지인들과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만들지는 않는다고 표현하는 편이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비밀이 곧 하나의 자신의 방처럼 느껴져서 간직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느끼는 입장이지만 의도적으로 비밀을 생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괜히 남에게 내가 가진 패를 들췄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일이 있기에 그저 말을 아낄 뿐이다. 그게 비밀이라고 한다면 비밀을 잘 만든다고 해야 될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비밀도 곧 숨겨진 돈과 같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책은 우샤오러의 장편 소설이다. 꽤 오래 전부터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많이 보았던 표지 중 하나였다. 궁금했던 소설이었는데 아무래도 도가니라는 영화를 너무 강렬하게 봤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갔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스릴러 추리 소설이라면 따지지도 않고 바로 마음이 동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판옌중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판옌중은 누가 봐도 부럽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재벌의 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며, 직업 자체도 변호사라는 점에서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재벌 가문과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결국 이혼했으며, 이후 딸의 학원에 다니는 우신핑이라는 강사와 재혼했다. 우신핑은 전 부인과 다르게 자신의 과거와 속내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점에서 판옌중은 우신핑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러다 우신핑이 사라지면서부터 이야기는 다른 부분으로 흘러간다. 판옌중은 사라진 아내를 추적하던 중 자신에게는 말하지 않은 휴가를 매달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자신에게 말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는 진실에도 직면한다. 판옌중이 알지 못했던 우신핑의 과거와 사건들, 우신핑이 사라지게 된 이유 등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판옌중의 시선으로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우신핑의 현재 상황에 대한 추측과 판옌중의 감정이 우선적으로 먼저 와닿았다. 갑자기 가족이 사라진 상황에서 알고 있던 사실이 전부 뒤집어졌다는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 등 그야말로 판옌중의 입장에서는 정신이 나가지 않은 게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 와중에도 변호사라는 직업에 맞게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자 노력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신핑의 행방을 쫓는 긴장감 자체가 뭔가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중반에 이르러 사회적인 이슈와 묶이는 사건이 등장하는데 그것 또한 다른 의미로 몰입도를 높였다. 사건 자체가 화가 났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화차와 도가니라는 영화 자체가 어떻게 보면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으면서 두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분노 포인트를 결합시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온전히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과 어른들의 헛된 욕망과 무책임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는 점이 참 깊은 분노로 이어졌다. 자신들의 방법으로 이를 지키려는 행동과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고 있는 어른들을 용서하는 것이 아닌 옹호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을 보면서 그것 또한 참 안타깝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벌어진 사건이 대비되는 내용이었다. 우신핑의 과거 사건은 현재 판옌중의 친구인 추궈셩의 아들 사건으로부터 연결된다. 대신 우신핑은 과거 피해자의 입장이었다면 추궈셩의 아들은 가해자로 지목이 되는 입장이었다는 점이다. 판옌중은 친구의 사건을 도우면서도 이 부분을 비교하게 되는데 읽는 내내 대비가 참 머릿속에 깊게 그리고 오래 남았다. 과연 추궈셩의 아들은 억울하게 몰린 또 다른 피해자라고 보는 것이 맞을까.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 등 사회적으로 어두운 면을 잘 그려냈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렇게 받은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점을 다시금 소설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추리 스릴러 라는 장르가 아닌 사회적인 이슈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로서 읽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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