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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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은 보통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모른다. / p.9

직장에서 보통 근무하면서 진심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직장에 가도 또라이는 있으며, 또라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자신이 그것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친 사람도 해당이 된다. 어차피 또라이나 미친 사람이나 비슷한 부류로 엮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안세화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줄거리가 꽤 흥미로웠던 책이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가족들의 이야기. 보통 초능력을 가진 이들의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들은 나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가족이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 이야기는 보지 못했다. 아마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초능력 이야기에 나름 큰 재미를 보았기에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하늬네 가족으로 할아버지 배원기, 아버지 배순동, 어머니 양희라, 오빠 배하준, 그리고 배하늬. 이렇게 다섯 명이다. 우연히 차를 타고 가던 중 말로 이상한 동물의 정체를 만난 이후부터 알 수 없는 초능력이 생긴다. 치유 능력과 달리는 능력, 힘이 세지는 능력, 최면을 거는 능력,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 등 각각 다른 다섯 가지의 능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특이한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국정원 5과에서 나와 이들을 스카웃한다. 막대한 보수를 받으면서 국정원 비밀 요원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 년 뒤, 초능력이 사라지고 그들은 국정원이 아닌 정신병원의 환자가 되어 있었다.

유쾌한 활극이라는 표현이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어떻게 보면 갑작스러운 상황의 연속일 텐데 이들은 특유의 유머와 천진난만함으로 이를 물 흐르듯이 지내왔다. 물론, 정신병원에 있었던 한 달 정도의 시간에는 어떻게든 탈출하기 위해 애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자보다 더 많은 경호원과 그들의 수를 이미 알고 있는 고단수의 병원장의 두뇌에 이들은 그냥 포기하게 되었다. 미쳤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나 정신병원에서 살기로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족들의 티키타카가 참 인상적이었다. 보통 장손이라고 하면 조금은 아낀다고 생각이 드는데 아무렇지 않게 하준의 단점을 공략한다거나 원기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등 할아버지인 배원기와 손자인 배하준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격이 없는 사이처럼 느껴졌다. 그밖에도 허술하면서도 단합이 잘 되는 가족 분위기가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이러한 가족 구성원이라면 유쾌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정신병원에 있는 다른 환자들의 모습도 꽤 웃겼다. 산에 갔던 남편이 돌아왔다고 하는데 그게 종이컵이었던 아주머니, 미래는 보이지만 과거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젊은 여자 등 그야말로 누가 보면 진짜 이상한 사람들의 집합소라고 느낄 정도로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입원한다는 게 더 이상하겠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을 붙이자면 병원장 역시도 그렇게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국정원 5과 사람들과 정신병원의 이안이라는 인물 자체가 악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와닿지 않아 가족들이 이를 구하는 선인이라고 보기에도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불의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 이야기보다는 가족들의 정신병원 탈출기 정도로 느껴졌다. 그러한 점에서 큰 메시지를 준다거나 여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묵직하게 남는 메시지의 장점도 있지만 이렇게 유쾌한 활극에도 분명히 남는 점은 있었다. 지겹고 힘든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적어도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현실을 잠시 잊고 마음껏 웃으면서 푹 빠져들 수 있었다. 그 점이 참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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