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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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오답투성이 시험지 꼴이 되어 가는 것 같다. / p.150

아래로 동생 한 명이 있다.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서로 무뚝뚝한 성향 탓에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 편은 아니어서 부모님께서는 이 부분을 참 걱정하신다. 동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너무 믿는 편이다. 성향 자체가 '용건만 간단히'이기에 더욱 안부를 묻는다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일이 없다. 사실 무뚝뚝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정반대의 성격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주영선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제목 중 자매라는 단어에 꽂혀서 선택한 책이다. 그렇다고 동생들이 두 명이나 있는 세 자매 집은 아니지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둔 자매 가정이기 때문에 뭔가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크게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 작품마다 다른 인물이 등장하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아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동성 친구를 둔 학생, 이웃 주민을 둔 남자, 언니와 동생을 둔 여자 등 인물 자체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일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정도로 답답하다.

개인적으로 <내 이웃의 하나뿐인 존재>와 <세 자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 이웃의 하나뿐인 존재>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자라온듯한 주인공 다미는 새로 이사온 곽 선생과 그의 딸 우혜를 만난다. 곽 선생은 지역 중학교의 선생님으로 부임한 인물인데 다미에게 우혜를 부탁한다. 우혜와 같이 등교하는 등 챙기지만 본의 아니게 생기는 소문으로 다미는 우혜와 거리를 둔다. 그 행동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몰리게 되면서 다미의 엄마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이야기도 화가 났었고,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도 답답함을 느꼈지만 이러한 마음이 동시에 든 이야기이다. 특히, 애먼 아이에게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운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사실 자체가 어른들의 문제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더욱 착찹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학교 관계자들과 자신의 딸만 감싸기 급급한 곽 선생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옆에 있었다면 그냥 두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가르쳐야 하는 학교와 모범이 되어야 하는 교사가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게 참 마음 아팠던 소설이었다. 결말을 보니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더욱 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세 자매>는 표제작으로 제목 그대로 세 자매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아, 승아, 수아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각자 다른 위치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부모님께서는 무기력하게 일하지 않고 지내는 영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잔소리를 했다. 승아는 이런 언니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으로 그래도 자신의 앞날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수아는 큰 비중이 없는 편이지만 교회를 다니면서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승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승아의 감정이 조금 더 잘 서술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아가 마음에 들어왔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장녀이기도 하고, 가족들이 가진 기대가 부담감으로 느껴졌던 상황 자체가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설 안에서는 영아가 성공해야 승아와 수아가 이어서 잘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듯했다. 이는 승아가 영아에게 주는 말에서도 잘 느껴졌다. 언니에게 폭력을 가하는 엄마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가지 못하는 언니를 원망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였다. 심지어 언니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때에는 마치 내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후반에 이르러 수아의 주도로 자주 모이기를 제안하는 모습을 볼 때에는 나이가 들면 형제자매밖에 남지 않는다는 예전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과의 관계는 늘 어렵다. 안정적인 면을 추구하는 나에게 시한폭탄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경험을 비추어 봐도 내 예상처럼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맺는 관계와 처한 상황은 때로 답답함을 주기도 했고, 훈훈함을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따스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일렁이는 소설집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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