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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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 p.174

힐링 소설라는 장르가 새로 생길 정도로 위안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 자주 나오는 배경은 가게이다. 서점은 말할 것도 없으며, 카페, 백화점, 식당 등 무언가를 팔면서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같이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연관성이 있는 듯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장 퇼레의 장편 소설이다. 부정적인 어감이 뭔가 호기심을 주었던 책이다. 힐링 장르는 맞는 것 같은데 제목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어법으로 표현한 제목인지 의문도 들었다. 아무래도 자살이라는 소재가 조금은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주기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호기심이 이를 이겼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자살 가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살 가게의 막내 아들인 알랑이 주인공이다. 자살 가게는 말 그대로 스스로 생명을 끊기 위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직접적으로 행동을 보이지는 않지만 밧줄과 단도, 독사 등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심지어 가게 부부와 첫째 아들 빈센트와 딸 마릴린은 손님에게 명복을 빈다는 말을 인사로 전한다.

막내 알랑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인 듯하다. 처음을 한 노파와 알랑의 이야기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우울하고도 어두운 표정을 가진 가족과 달리 알랑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부부는 노파의 정신이 이상하다는 생각한다. 노파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한 도구를 사고 집으로 돌아간 뒤 알랑의 얼굴을 보니 진짜로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부부는 알랑을 골칫덩어리로 표현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알랑은 낙천적이고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쾌한 내용이었다. 완전히 밝은 분위기 자체는 아니었지만 아마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들 중에서는 그래도 위트가 있는 쪽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소설 중간마다 나오는 저자의 블랙 유머는 읽는 내내 자살가게라는 제목을 잊게 할 정도로 취향에 맞았다. 아이들의 이름은 빈센트, 마릴린, 알랑인데 이들은 각각 스스로 생을 마감한 유명 인물로부터 가지고 왔다. 또한, 알랑은 성관계를 하면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콘돔의 구멍을 내고 실험하다 생긴 아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표현하면 조금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면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만 웃긴 장면일 수도 있다.

알랑은 도구를 사러 온 손님들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한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손님에게는 거울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보다 우울을 경험한 사람의 경우에는 작은 말로도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히 단어와 문장을 골라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건네는 알랑이 천진난만하게 보였다. 생업에 지장을 주는 막내 아들을 부정하는 부부의 마음도 이해가 갔었다. 오죽하면 아버지는 알랑을 모로코로 보냈는데 그것마저도 이길 천진난만함이었다.

그런 부분이 참 위로가 되었다. 각자의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알랑은 포기하지 않고 이들을 설득했다. 또한, 더 나아가 빈센트와 마릴린, 부부를 변화시켰다. 특히, 마릴린의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치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며, 빈센트는 삶의 이유를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부부 역시도 생각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어떤 한 사람의 진심이 다른 이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위안이었다.

힐링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다. 내용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소재가 어둡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지나면 빛이 있듯이 이 소설 또한 아무리 소재가 어두워도 밝음은 보인다. 어쩌면 이러한 지점이 큰 여운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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