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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아는 사람들
정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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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녀를 아는 이들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말았다. / p.9
세상을 살다 보면 증오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성향이라는 생각으로 관대하게 넘기기는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조금은 비인간적인 상상을 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잔인함을 보이지는 않지만 가끔은 복수를 하고 싶다는 나쁜 마음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정서영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 자체가 참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는데 표지의 인물이 참 예쁘면서도 시선을 끌었다. 거기에 공포로 일상을 물들일 이야기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조금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기숙사에서 벌어진 남학생의 유괴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초반에는 그렇게 큰 이슈를 끌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용의자가 밝혀지자마자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로 많은 제보가 온다. 이들은 용의자를 상상하기 싫다는 점이고, 어떻게 보면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느낌을 주었던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용의자는 강슬지라는 여성이다. 강슬지는 조금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독특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친구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담에 맞는 복수를 하거나 누군가를 증오하는 이들에게 참혹한 복수를 알려 준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섬뜩하게 고백을 한다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협박을 하기도 한다. 남학생 유괴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어 그동안 강슬지가 해온 기이한 열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초반의 <산등성이 이야기>로 자신을 왕따시킨 친구에게 똑같이 복수하는 이야기는 그럭저럭 상처를 준 인물에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아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강슬지의 광기인데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극대화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곰돌이 모자 이야기>, <핑크 공주 이야기>, <그네 귀신 이야기>, <남학생 엄마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곰돌이 모자 이야기>는 소빛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빛은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준 현민이라는 남학생을 좋아한다. 이후 시간이 흘러 현민이 아이돌 그룹이 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광적으로 팬이 되는데 라디오에서 현민이 소빛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힘들어하는 소빛에게 강슬지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묘책을 알려 준다.
<핑크 공주 이야기>는 강슬지의 상사 이야기를, <그네 귀신 이야기>는 강슬지가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강슬지가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왕따를 시키기 위해 또는 자신만 바라보게 하기 위해 조금은 잔인하고도 섬뜩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 역시 남들이 보기에는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하지만 정작 자신은 순수한 의도로 실행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소름이 돋았다. 사람의 광기와 소유욕이 이렇게 발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특히, 그네 귀신 이야기의 남자는 남학생 유괴 사건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것 또한 공포로 와닿았다.
읽는 내내 참 섬뜩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면 갈수록 소름이 돋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학적인 내용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얇은 페이지 수이지만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천진난만하게 복수를 조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본성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머리로 내용은 이해하고 있으나, 마음으로는 공포로 물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악한 심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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