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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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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의 밑바닥이 아니라 인간의 밑바닥 말이다. / p.46
지극히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게는 비트코인과 주식 등의 위험이 따르는 자산 관리가 참 어려울 뿐이다. 거기다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그렇게 경제 공부를 할 자신도 없다. 주식을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래프를 매일 보다시피 하는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돈을 키울 생각은 더욱 없는 편이다. 차라리 조금은 느리더라도 은행 예금이나 적금으로 하나씩 이자를 보고 사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요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단요 작가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전작이었던 다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다는 후기들이었다. 기회가 되면 읽을 계획이기는 했지만 읽을 책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타이밍을 못 잡던 중 신작을 먼저 알게 되어 첫 작품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는 이십 대로 대학생이다. 어머니는 기술 번역을 하셨던 분이었지만 몸이 안 좋으신 관계로 건강을 찾기 위해 노력하시며, 아버지는 사업을 하고 계신다. 가족과 그렇게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게 수능이 끝난 이후 번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주식을 하게 된다. 주식에서 해외 선물로 갈아타면서 마치 그래프처럼 투자한 돈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년이라는 시간에 집중을 하는 동안 학교도 제적을 당하는 등 순탄치 않았다. 결국 화자에게는 오백만 원이라는 돈과 주식 블로그만 남았다.
주식 블로그로 소소하게 사람들과 교류를 나눈다. 그 중에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십 대 아저씨가 있고, 불법으로 계좌를 대여해 주는 삼십 대의 정운채 사장이 있다. 그밖에도 디스코드라는 음성 메신저로 연락하는 it 기업의 직장인 이십 대 후반의 남자도 있다. 특히, 정운채 사장에게는 투자금을 받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듯하다. 인버스와 해외 선물 등 돈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상황에서 화자의 심정 역시도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이십대 초반 청년의 주식 투자기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가장 어렵게 와닿았던 지점은 주식과 해외 선물, 인버스 등의 투자 관련 용어와 배경이었다. 요즈음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용어가 너무 많았다. 중반에 이르러서는 경제 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투자 입문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화자의 감정 자체에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표지 뒷면에 실린 문구가 처음에 가장 시선에 닿았다. 나에게는 행복이 남에게는 불행이 될 수 있다면 나의 행복은 나쁜 것일까. 사실 나의 행복과 남의 불행이 같은 선상에 놓인다면 전자를 포기할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스토리를 읽으면서 조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운채는 사람들의 돈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축척하는 인물이었고, 화자는 그런 불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정운채는 혼자 착한 척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인버스의 특성상 나의 수익이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자 역시도 남에게 주는 손해에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블로그나 DM으로 상담을 해 주는 입장에서도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한다. 이러한 면을 볼 때 과연 나라면 나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막상 상황에 놓인다면 또 다를 듯하다.
돈이 전부인 세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투자에 집착하는 화자의 모습은 곧 현대 청년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보였다. 전업 투자자를 하기에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에 위험이 따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은 참 씁쓸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