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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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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같은 세계에 있습니다. / p.328
무신론자에 가까운 편이어서 그런지 천국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천국의 존재를 신뢰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마음 기댈 곳이 없다면 그들처럼 천국을 비롯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래 성격 자체가 현실주의적인 면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을 깊이 고민한 적은 없었다.
이 책은 이동원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표지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집 모양의 표지인데 지금까지 그런 표지들의 소설에서 나름 큰 위안을 얻었다. 이제 보기만 해도 평온을 느낄 정도여서 관심이 갔다. 거기에 신학대학을 포기한 경찰과 법의학관을 포기한 목사의 조합이 조금 신선하면서도 생소했다. 둘의 시너지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성요한이라는 형사와 유진신이라는 목사이다. 성요한은 경찰서 근처에 있는 카페의 커피를 좋아한다. 또한, 자신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어느 날, 성요한 머리에 있는 상처를 보고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주인을 경계한다. 그리고 그 주인이 목사인 유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을 믿지 않게 된 성요한은 유진신과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자꾸 다가오는 유진신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공조 수사를 한다.
교회에서 간증을 했던 노인 자살 사건으로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의심이 가는 인물 한 명을 예의 주시한다. 그러나 그는 미꾸라지처럼 여기저기 빠져나가기 바빴으며, 다른 인물을 범죄에 빠트리는 등 악독한 모습을 보인다. 거대한 악에 맞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들과 함께 펼쳐지는 각자의 개인사까지 밝혀진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종교에 대한 시각이었다. 신을 믿지 않는 성요한은 개신교 자체에 큰 혐오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 기도원에 계셨고, 과거 신학대학을 다녔음에도 말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종교와 관련되었겠지만 그의 사상은 반대라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신이 깨달음을 주셨다는 유진신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성요한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 역시도 성요한의 마음이 조금 더 와닿았다. 그러나 종교와 경찰의 공통점을 말하는 내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기도 했었다. 이를 비교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해서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타인을 향한 마음이었다. 이는 노인 자살 사건과 청년 실종 사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두 피해자의 공통점은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챙겼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 자살 사건의 피해자는 한 청년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했었고, 청년 실종 사건의 피해자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경찰 시험을 포기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선한 마음을 지닌 그들의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다. 어느 면에서는 어두운 세력들의 조소가 떠올랐다. 피해자들의 선과 어두운 세력의 악이 더욱 대비가 되었던 점도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성요한에게 유진신이 한 말이었다. 사실 잘하고 있다는 내용을 가진 말이었지만 그게 참 위안으로 느껴졌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쁜 세력을 처단하고자 하는 성요한은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며, 유진신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두 사람의 시너지가 마치 천국에서 온 커피처럼 큰 여운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