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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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 p.13

크리스마스에 대한 큰 생각이 없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상상한 적이 없으며, 선물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다른 이의 생일에 크게 즐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는 그저 일을 쉴 수 있는 빨간 날이라는 생각에 그것도 큰 선물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어떻게 보면 순수함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김금희 작가님의 연작 소설이다.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없었는데 꽤 오래 전부터 계획에 넣은 책이었다. 아마 발간 소식을 서점으로 보게 되면서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우연히 출판사에서 특별 에디션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해 책장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자마자 꺼내들게 되었다.

소설은 총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그러나 특정한 화자가 정해져 있는 것보다는 한 편의 소설에 등장한 인물 중 한 명의 새로운 이야기가 다음 소설에 이어진다. 인물은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이 이야기에 새로 등장하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과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야기들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일곱 편의 소설 중 <은하의 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라는 두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은하의 밤>은 은하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하는 예능 작가로 일하던 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는다. 그동안 기도를 하면서 보냈고, 다른 이들에게는 갑상선암이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항암이 끝난 이후 복귀한 회사에서 보도국의 오태만이라는 아나운서를 만난다. 보도국의 축소로 인사이동을 받은 직원이었다. 그는 쿠바에서 죽을 고비를 건넜을 때 만난 마차의 기억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내용보다는 은하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이 젊은 나이에 비슷한 암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또한, 이야기 중 이지민 PD는 은하의 질환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정사를 말하기도 한다. 그 부분은 참 공감이 될 정도로 와닿았다. 또한, 오태만이 쿠바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등장했던 마차가 조금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역시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당신의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강아지를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용 자체는 참 단순하다. 오래 기르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이후로 화자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연락한다. 그게 친한 인물에 한정되지 않고 오랜 기간 연락이 끊긴 인물에게도 강아지를 보고 싶다면서 만남을 제안했는데 당황했을 법도 했지만 제안을 받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수락한다. 그러면서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인간애가 많이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나의 입장으로 상상해 본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우는 편인데 기억에 잊혀진 인물이 카카오톡으로 나의 강아지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조금 의심하게 될 듯하다. 혹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화자는 강아지를 보면서, 또 만났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강아지에 대한 상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기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세심하고도 따뜻한 느낌을 초반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감성이 스며들었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에게 손을 내미는 느꼈던 호의나 관심, 인간 사이의 애정 등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부분이 참 좋았다. 크리스마스까지 아꼈던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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