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
매트 헤이그 지음, 최재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세상에는 만병통치약이나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 p.68
학창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인기 있는 도서들의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에는 필수 도서로 자기계발서가 참 많았다. 어느 베스트 셀러의 제목은 유행어로 소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필수 도서를 읽기만 했었던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듣는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 삶을 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백종원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레시피로 요리한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위로해 주는 내용을 가진 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세이는 물론이고, 소설도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공감해 준다거나 하고 있는 고민을 같이 나누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소설에서도 생각보다 큰 위로를 받았다. 사람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의 유행보다는 지금의 유행의 훨씬 더 반갑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않지만 혼자만 사는 세상은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알려 준다는 점에서 큰 연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트 헤이그의 에세이이다. 아마 작가의 이름은 꽤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에 인기를 끌었던 책이었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소설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선물을 받아 읽었는데 좋아하는 도서관이 무대가 되었다는 점과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주인공의 모습에 참 많은 공감을 느꼈다. 아마 올해 가장 먼저 읽었던 소설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가님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거기다 제목 역시도 불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을 받고 싶었기에 이 책을 골라 읽게 되었다.
저자는 SNS와 알코올 등 불안을 이기기 위해 했던 행동에 대한 중독 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공황 증상도 보인다. 책은 간단하게 표현하면 가지고 있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겨내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인 듯하다. 불안이라는 것이 약을 먹는다고 해서 금방 사라질 것은 아닐 테니 불안에 대한 고군분투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정의를 내리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읽으면서 많은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일 정도로 많은 공감이 되었다. 특히, 저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의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저자는 자살, 뉴스, 외모, 핵무기 등 세상 많은 것에 걱정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건강 염려증, 죄책감, 존재의 불충분함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건강 염려증은 단순하게 자신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일찍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듯했다. 또한, 죄책감과 존재의 불충분함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선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모자란 점으로 보이는 빈 공간과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요즈음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 중 하나가 무지로 벌어지는 일에서 오는 자책감과 죄책감이었다. 진행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실수를 하게 되는 등 사이클이 생기면서 불안을 느끼고 있기에 저자의 마음 또한 이해가 되었다.
불안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뉴스를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저자는 세계의 핵 위협과 대중교통에서 벌어지는 사건 등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기사나 보도가 등장하면서 당장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은 일까지도 과하게 걱정하면서 불안감을 가진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기 위해 뉴스를 꼭 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오히려 긴장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뉴스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중에서도 뉴스를 보는 게 부끄럽지 않다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마치 자신에게 주는 주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뉴스를 보면서 세상에 대한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아 요즈음 뉴스와 거리를 두는 편이기에 이 역시도 인상적이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는 SNS에 대한 견해이다. 보통 SNS는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나 역시도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모 축구 감독의 이야기처럼 책 관련 리뷰를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제외한 다른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상대적 박탈감이 때로는 불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도 그런 면을 느끼는 듯한데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변화되었다. 댓글로 SNS에 대한 생각을 받았고, 이 중 몇 가지 댓글을 소개해 주었다. 생각과 마찬가지로 불안을 야기한다는 내용이 있는 반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보였다. 생각하고 보니 책과 아이돌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친구들 역시도 과거 SNS를 통해 만났을 텐데 그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공간, 트위터는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공간.'이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단순하게 저자의 이야기를 나열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보의 범람으로 불안을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내용이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었다. SNS와 뉴스 등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비교적 깔끔하고도 현실적으로 나열해 주었다. 예를 들면 세상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방법으로 불완점함과 결점을 사랑하는 것, 남이 당신을 보는 부정적인 관점이 당신을 보는 관점이 되지 않게 하는 것 등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는 행동할 수 있는 내용보다는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마음 먹기가 더욱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불안에 관한 에세이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거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내용 중 하나였다. 나름의 인상적인 포인트는 있었지만 전자는 너무 가볍게, 후자는 너무 무겁게 표현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보면 솔직히 전자에 가까울 수는 있겠지만 묵직함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원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