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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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질투는 끝이 없다. / p.140

그저 활자 읽는 것이 좋아 책을 소장하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마치 아이돌 음반을 모으는 것처럼 선호하는 작가의 전작을 전부 모은다거나 출판사의 세계 문학 전집을 모은다는 게 그렇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조금씩 모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광적으로 모은 적은 없었는데 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책 덕질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모으고 있는 시리즈가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 소설이다. 책 덕질의 새로운 장을 보게 해 주었던 작가여서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돌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두터운 팬덤 층이 있는 작가로 알고 있다. 전에 서평단을 통해 인내 상자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꽤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덕질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고자 주저없이 도전하게 되었다.

크게 3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은 아기를 점지해 준 하나의 그림과 그로부터 벌어지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한 부부가 아이를 생기게 해 준다는 그림을 손에 넣었다. 아이 탄생의 기쁨을 얻었지만 이것도 잠시 곧 아이가 세상을 떠난다.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부부는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기타이치와 주변 인물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후 두 번째 이야기는 기타이치를 비롯한 인물만 그대로 이어가는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 자체가 문화적으로 다른 부분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기에 어색했는데 에도 시대라는 시간적 배경까지 겹치면서 처음에는 소설의 배경 자체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줄거리와 흐름 정도만 인지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25 % 정도 지점에서부터 조금씩 이해의 속도가 붙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이는 인내 상자와 읽었을 때도 같은 방향과 느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첫 번째는 소설에 드러난 문고 장수에 대한 직업이었다. 주인공인 기타이치는 문고 장수를 업으로 삼고 있는데 생소하게 느껴져서 초반에는 설정 자체가 어려웠다. 거기에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과도하게 머리에 입력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사건이 전개된 이후에는 오히려 득이 되었다. 직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타이치의 생각과 감정에 따라 사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기를 부르는 그림이라는 것도 문고 장수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었기에 주변 관련 인물들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 책과 관련된 과거의 직업이라는 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2 장에서 등장하는 사건이었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도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마음에 와닿았던 소설은 2 장부터 등장한 짱구 머릿속에 든 것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물론, 게이샤 등의 일본 특유의 배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추리 소설로서의 묘미를 더욱 더 강하게 받았다. 거기에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을 질투라는 감정을 이용해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감 있게 와닿았는데 인물 한 명이 유독 추하게 느껴졌다. 사실 질투라고는 하지만 사견을 조금 보태자면 사람을 향한 질투보다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자들을 향한 자격지심에 더욱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편집자 후기이다. 인내 상자에서 편집자 후기의 덕을 톡톡히 본 독자로서 기대가 되었던 부분 중 하나가 편집자 후기 파트였다. 포스트잇에 적힌 편집자님의 친필 편지부터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독자 의견을 반영해 미야베 미유키 월드의 소설들을 정리해 주신 파트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후기를 보고 나니 미야베 미유키 월드의 일원으로서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편집자님의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그림이라는 소재 자체가 참 흥미로운 상상력이었다. 거기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변재천이라는 신이 변심한다는 설정은 더욱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들게 했다. 마치 변재천이 아이를 도로 데리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이야기에 맞게 삼신 할매가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는데 초반 지식에 대한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이를 전개하는 필력이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미야베 미유키에 열광하는지 새삼스럽게 피부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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