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그리고 마지막의 '대리인'. / p.31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버디버디를,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싸이월드를, 현재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또 나누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얼굴을 보는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얼굴을 모르는 친구들과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초면에 낯을 많이 가리는 나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이다.
얼굴도 안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주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친한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할 이야기들을 쉽게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벅찬 감정이거나 주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개인적인 문제들이 그렇다. 관심사 분야에서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짚어 줄 때마다 인간관계는 물리적 거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은 가토 시게아키의 장편 소설이다. 소재가 참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을 위한 커뮤니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의 학생판이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에는 같은 또래들만 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메신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마음에 대한 공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처럼 청소년 시기로 돌아가 추억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 가장 큰 주제는 얼터네이트라는 메신저이다. 고등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서로 커넥트가 되면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유전자 매칭 기능을 도입해 비슷한 성향의 동년배를 만날 수 있다. 얼터네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이루루, 얼터네이트를 맹신하는 나즈, 얼터네이트를 사용할 수 없는 나오시라는 세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세 명의 각자 입장들이 이해가 되었다. 악성 댓글에 대한 트라우마로 얼터네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이루루의 두려움, 운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즈의 믿음, 같은 꿈을 꾸었던 친구를 만나고 싶은 나오시의 그리움까지 말이다. 인물이 안타까움을 느꼈을 때에는 나 역시 마음이 저릿했고, 실망감을 느꼈을 때에는 나 역시도 얼터네이트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마음과 동일시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즈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인상적이었다. 나즈는 얼터네이트에 맹신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유전자 매칭 기능을 활용해 자신과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이는 남학생을 만난다. 기대를 가지고 만났지만 후줄근한 옷차림새에 약간은 예의가 없다고 느낄 정도의 태도에 실망한다. 남학생은 나즈에게 호감을 표시했지만 나즈는 그렇지 않았다. 이 남학생과 유전자 일치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신뢰마저 떨어지는데 이러한 마음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우선, 아무리 많은 정보를 입력한다고 하더라도 90 퍼센트가 넘는 일치율을 어떻게 애플리케이션이 장담할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중반에 이르러 읽을수록 얼터네이트보다는 세 명의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깊이 와닿았다. 특히,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리대회에 도전하는 이루루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나즈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쿄로 상경해 드럼을 치고자 노력하는 나오시의 열정은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무언가에 미쳐 열정을 분출한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지만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었다.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일본 소설이라는 특성상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과거를 소환하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얼터네이트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느껴졌기에 꿈을 가진 청소년 시기의 꿈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처럼 보였다. 마치 지금 시기에 청소년들을 보았을 때의 엄마 미소처럼 웃으면서 읽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흐뭇함을 느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