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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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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인생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조력자 같은 거지. / p.185
사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시한부의 삶을 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하늘의 뜻에 맡기면서 이것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스스로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많이 느꼈다.
지구 멸망에 대한 기사를 보고 죽기 싫다고 울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전에 리뷰를 통해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생각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진시황 수준의 장수 식품을 챙겨서 먹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영양제는 이십 대 초반부터 꼬박꼬박 챙겨서 먹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버릇은 조금씩 고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금주를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과거와 현재의 행동을 돌이켜 생각하니 누구보다 삶에 미련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저우다신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를 보자마자 뭔가 고풍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선을 끌었다.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표지여서 눈길이 갔지만 줄거리를 보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을 소설로 어떻게 풀어낼까. 개인적으로도 깊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읽고 싶었다. 무엇보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샤오양이라는 여자로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남자 친구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남자 친구의 시험 뒷바라지와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구직을 하던 중 우연히 한 할아버지의 간병 모집을 보았다. 고민했지만 베이징이라는 대도시의 일자리이기도 하고, 나름 만족스러운 월급이었기에 간병인으로서 취업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은 까탈스러운 샤오 할아버지를 만난다.
샤오 할아버지는 초반에 샤오양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간병 자체를 싫어하는 듯했다. 늙은이라는 호칭을 싫어하며,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전직 판사로 조금 보수적인 면도 있었다. 변호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그 무엇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샤오양은 이런 샤오 할아버지의 마음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챙기기 시작했으며, 그런 모습에 샤오 할아버지는 마음을 연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래 살 수 있다는 체험이나 약품 등을 사다가 나르면서 장수할 것이라고 굳건히 믿는다. 이야기는 이렇게 샤오 할아버지와 샤오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첫 번째는 영원을 생각하는 인간의 욕구이다. 샤오 할아버지는 장수 회관을 찾아가 페이 대사를 만나 몸에서 십 년 이상의 생명을 연장하고, 장수를 위한 약을 구매해 또 몇 년의 삶을 더 살겠다고 노력한다. 그것도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말이다. 또한, 결혼에 대한 욕구도 강해 새로운 여성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우기도 한다. 보는 내내 진시황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불로장생에 대한 샤오 할아버지의 마음이 공감이 되면서도 중반에 이르러 점점 세월과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두 번째는 가족보다 남이 낫다는 점이었다. 사실 샤오 할아버지의 딸인 신신이라는 인물이 배신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남이었던 다른 누군가는 샤오 할아버지에게 안 좋은 일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샤오양은 누구보다 극진히 샤오 할아버지를 모신다. 불편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에는 좋은 말로 감정을 풀어주었고, 항상 샤오 할아버지의 기저질환을 생각해 이를 조심했으며, 간호 전공자라는 특기를 살려 위급한 순간에 샤오 할아버지를 구하기도 했다. 샤오 할아버지는 그런 샤오양의 진심을 알게 된 이후로 마음으로 낳은 딸처럼 진심으로 대해 주었다. 중반에 이르러 샤오양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었고, 여자가 아닌 딸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주기도 한다. 이는 피보다 물이 더 진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했다.
읽는 내내 인물들의 모습에 가슴이 저릿하다가 샤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조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 나아가 부모님의 가까운 미래까지 생각하니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묵직하게 와닿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소설임에도 이야기에 몰입되어 읽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들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물론, 문화 차이로 조금 답답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서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내내 푹 빠져서 읽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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