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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평점 :

제 망상이겠거니 하고 한번 들어 보세요. / p.34
아파트의 분양 전단지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평면도이다. 특히, 어렸을 때에는 미로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관찰했었다. 나이가 먹은 지금도 아파트 내부의 실물 사진보다는 평면도를 가장 먼저 보게 되는데 사실 기호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지만 이상하게 평면도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재미있다.
이 책은 아케쓰의 장편 소설이다. 책 표지로는 볼 수 없었던 평면도가 가장 시선을 끌었다. 밀실 미스터리나 집이라는 공간에서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소설을 종종 보았고, 소설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소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평면도 하나로 오싹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서 눈길이 갔다. 거기에 머릿속으로 구조를 상상하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기에 기대가 되었다.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이었는데 출판사 이벤트로 당첨이 되어서 좋은 기회로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은 오컬트 전문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집 구조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지인은 집을 사기 위해 부동산을 통해 하나의 평면도를 받았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화자에게 의뢰한다. 그렇게 우연히 흥미로운 집 평면도를 하나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평면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설계사 구리하라 씨에게 평면도를 보여 주면서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구리하라 씨는 다소 독특한 구조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면서 상상을 곁들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눈다. 그러다 집과 관련된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서 다소 기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의 형식 자체부터가 특이하면서도 좋았다. 화자가 구리하라, 지인, 관련자 등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이어서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대충 보면 대본집이나 인터뷰집으로 착각할 정도여서 처음에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줄 알았다. 또한, 평면도가 가장 중심이 되다 보니 내용 중에 거의 3분의 1 정도가 평면도 그림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건축 전문 유튜버이다 보니 생생하게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이 특징만 놓고 본다면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 가독성 자체로는 가장 좋았다.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혔지만 그것과 별개로 특수한 소재와 일본 소설이라는 점에서 약간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미신 괴담과 가족 구조 등이 문화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거기에 평면도라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평면이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3차원으로 상상을 해야 해서 글을 읽은 뒤 다시 평면도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그리는 방법을 많이 반복하면서 읽었다. 그렇게 읽고 나니 집 구조가 이해되었고 무서움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뇌리에 꽂혔던 부분은 아이의 존재였다. 이 역시 일본의 미신 괴담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는데 그렇게 잔인한 일에 아이를 끌어들인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났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일본의 가족의 전통, 그리고 문화를 이해할 수 없어서 더욱 분노를 느꼈겠지만 이게 아이의 인생과 더 나아가 집안의 미래를 망가트린다는 점에서 조금 답답했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벽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소름이 돋고 괜히 무서워서 책을 덮었다가 날이 밝은 뒤에 이어서 읽었다. 지금까지 미스터리 소설을 그래도 조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강렬하게 느낀 감정은 또 오랜만이어서 전반적으로는 불편한 생각과 별개로 소설 자체에는 현실감을 느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아마 여름에 읽었다면 더욱 시원함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띠지의 평면도 하나로 소름이 끼칠 수 있다는 문구가 단박이 납득되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