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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계절
김의경 지음 / 책나물 / 2022년 10월
평점 :

순식간이네, 순식간이야. / p.19
내일이면 벌써 입동이라고 한다. 2022 년의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 계절이 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삼 개월씩 끊어서 보면 11월은 아직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입동이 온다는 소식을 알게 되거나 칼바람의 날씨에 옷차림이 조금씩 바뀌어질 때, 또는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떨어져 나무에 가지가 더 많이 보일 때 새삼스럽게 겨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지만 이렇게 계절을 느끼는 것을 보면 매일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하루라고 한다면 계절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도 인지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이렇게 새로움을 찾는 것 또한 느낄 수 있는 행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이 책은 김의경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표지부터가 사계절을 너무나 직관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눈길이 갔던 책이었다. 원색의 강렬한 표지도 시선을 잡아끌기는 하지만 이렇게 심플함이 더욱 눈길이 가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제목 자체가 주는 편안함도 좋았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님의 일상에서 힐링과 공감을 느끼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에세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일간지에 연재된 이야기를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다섯 개의 챕터를 가지고 저자가 경험하면서 느낀 감정들과 각 계절에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한 페이지 반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편들이 구성되어 있다. 한번에 후루룩 읽기에도 좋았겠지만 시간이 나거나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나눠서 읽었고 이 또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두 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장애인 활동 보조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던 경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코디네이터는 장애인과 활동 보조인을 매칭하는 업무를 하는데 내용에 나온 것처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이 하나의 모험이며, 어떻게 묶는지에 따라 관계가 극과 극이 될 수 있기에 많이 힘드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 산불을 보면서 활동 보조인을 기다릴 장애인들의 구조 손길이 눈에 그려져 심장이 철렁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아무래도 사회복지를 전공했기에 상황과 감정 자체가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글이었다.
두 번째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중학생 때 왜 어른의 날이 없는지에 대한 토론을 했던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생각 자체가 귀여웠다. 어린이였을 때에는 당연히 어린이를 위한 날이 있기 때문에 어른들의 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궁금증을 가질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래서 태어나서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어서 웃으면서 읽었다. 그러다 당시 한 학생의 이유를 들으니 뭔가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른이라는 정의를 누가 내릴 수 있을까. 아이들보다 못된 행동을 하는 염치 없는 어른들의 모습과 어른이 되면 지금 이 시절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묘하게 오버랩이 되었다.
엄마가 자는 동안에 카페의 어른들과 친구를 맺었던 귀여운 한 아이의 이야기와 셀프 빨래방에서 글이라는 수단으로 좋은 말들을 주고받았던 얼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사이에서도 아르바이트생에게 자신의 기분을 풀고자 했던 못된 어른의 이야기로 잠깐 인상을 찌푸리게 된 이야기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햇빛이 비치는 이야기들이어서 적어도 에세이 안에서는 계절은 늘 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음마저 따스해졌다. 에세이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일상에서 힐링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을 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