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정온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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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끝내는 사람들의 하루는 대부분 고난하다. / p.124

이 책에 대한 몇 번의 글을 적으면서 다른 책의 리뷰를 적을 때와 다른 점이 눈에 보여 신선하면서도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제목 때문인지 몰라도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자살 예방에 관련된 단체의 전화번호가 상단에 기재되어 있다. 이는 꼭 블로그뿐만 아니라 관련 카페에 글을 게시할 때에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아무래도 나이를 가리지 않고 삶을 포기하려고 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러한 글 자체가 꼭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책은 정온샘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만 보면 SF의 향기가 묘하게 풍기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요즈음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인 자살과 연관을 지었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현실감도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너무 막연하게 상상력을 요구하는 SF 소설보다는 현재의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내용을 더욱 선호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회영이라는 인물은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회영의 어머니는 자살을 방지하는 '이지은 법'을 만들게 했던 인물이다. 국가에서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켜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게 바로 이지은 법이고, 어머니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그 법의 이름인 이지은이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회영은 이러한 가정사를 숨기면서 어둠을 가지고 살았는데 어머니의 친구인 생명보호처 처장의 추천으로 생명보호처 TF팀의 일원으로서 근무하게 된다.

회영이 하는 일은 자살했다는 알림이 오면 이를 막는 일이다. 특정 하드웨어를 작동시켜 30 분 전으로 타임리프를 하게 되고, 이를 붙잡아 재판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보호처의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또한 금지된 업무이기도 하다. 그렇게 99 명의 사람들을 살렸던 TF팀은 한 사람의 돌발 사건으로 좌천이 되거나 업무 중지가 되는 등 위기를 겪는다. 이 상황에서 회영은 하드웨어의 새로운 기능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어머니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위험을 무릅 쓰고 타임 리프를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 몇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특히, 가족을 잃고 난 이후 남은 사람들에 대한 아픔이나 생활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읽었기 때문에 전부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회영의 마음은 크게 공감이 되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자살 원인이 자신이 태어난 것에 있었다는 죄책감이나 어머니 삶에 대한 안타까움 등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하나하나 마음을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 순수한 의도로 업무에 임하는 남 팀장님과 희태의 사명감과 다른 부채 의식으로 보였다. 아마도 자살하려는 이들을 구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어머니를 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약간 뾰족한 의문이 하나 들었다. 소설에서는 자살을 막는 것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데 이를 죄로 치부해 개인의 죽음에 관여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문제이다. 선진국 유럽에서는 약물을 통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다. 국가 입장에서는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게 되면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나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모방 자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기에 자살에 대한 예방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생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듯이 사 역시도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통한 심정, 남은 사람들에 대한 정신적인 아픔 등 누군가가 떠난 이후의 감정은 개인과 가족들의 몫일 텐데 국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노역이라는 처벌을 내릴 수 있을까. 이를 심판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는 머리로 공감할 수 없었다.

스토리 자체로 본다면 그렇게 어렵게 읽히지 않았음에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쩌면 자식이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에서 조예은 작가님의 다른 단편집 하나가 떠오르기도 했다. 안타까운 어머니가 아닌 더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회영의 마음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어머니를 둔 한 명의 자식의 입장으로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던 소설 내용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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