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머니가 발견됐을 때에도 누가 이렇게 치를 떨었으려나. / p.47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들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발전 속도에 맞는 또 다른 직업이 생성되고 있다. 그 많은 직업들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들을 제외하면 뇌리에 박히는 직종이 많지 많은데 신선하면서도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들었던 직업군들이 몇 가지 있다. 대부분 유퀴즈를 통해 만나게 된 새로운 직종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유품정리사와 특수 청소 전문가였다. 장례지도사나 법의학자 등의 직업들은 어느 정도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두 직종은 유퀴즈가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추세에 따라 생겨난 직종이기는 할 텐데 강하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인터뷰를 하신 분들의 태도였던 것 같다. 사실 이름만 들으면 조금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릴만한 직종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들을 진심을 담아서 정리해 주신다는 생각과 종사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쓸쓸한 길을 비추어 주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마에카와 호마레의 장편 소설이다. 그동안 읽었던 죽음에 관련된 직종 이야기들은 비소설이었다. 관찰자의 시점이거나 종사자 개인의 입장에서의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를 소설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감정이나 생각은 비소설이 훨씬 더 와닿기는 했지만 소설로 보는 느낌은 또 다를 것 같았다. 소설에서 오는 또 다른 감동을 느끼고자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와타루는 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난 이후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한 술집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에 향을 풍기는 사사가와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지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와타루가 사사가와의 옷에 실례를 저지르면서 인연이 되어 사사가와가 대표로 있는 데드 모닝의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게 된다.

데드 모닝은 특수 청소 회사로 고독사를 한 사람들의 공간을 청소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처음 갔던 장소에서 와타루는 고약한 냄새와 집주인의 무례한 말투, 조금은 직설적이고 까칠한 가에데라는 인물 등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이를 거절하려고 하지만 그것 또한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야기는 의뢰를 받은 현장들에서의 일들을 각각 다루어 전개가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처음에는 데드 모닝이라는 회사 이름에 대한 순수한 의문이었다. 소설에서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데드(Death)와 모닝(Morning)이라는 단어의 조합 자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데드는 마지막을 뜻하고, 모닝은 시작을 말하는 건데 어떻게 이게 하나로 모여서 회사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 특수 청소 회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산뜻했다. 이와 반대로 회사의 사무실은 어둠으로 가득찬 환경이었기에 더욱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삶의 마지막을 보냈던 누군가의 공간에 새로운 시작을 불어넣어 준다는 의미라는 나름대로의 해답을 내리게 되었다.

두 번째는 인상 깊게 보았던 점인데 와타루와 사사가와의 성장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별하게 꿈도 없이 해파리처럼 살아가는 청년의 불안함이 와타루에게 보였기에 이에 대한 부분은 공감이 되었지만 데드 모닝에서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으로서의 와타루의 성격은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아들의 산악용 신발을 거부하는 어머니께 끝까지 이를 안겨 주려고 했던 내용이나 사사가와의 어둠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했던 행동들이 조금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타루가 현장에서 조금씩 자신이 아닌 타인을 인정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면서 이게 안 좋은 것이 아닌 서툴었기에 벌어진 일들이라는 사실로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와타루가 사람을 좋아했기에 보였던 행동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또한, 사사가와 역시 냉정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사사가와의 사연 자체가 너무나 공감할 수 있었고, 그의 잘못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와타루의 성장보다는 사사가와의 성장이 더욱 더 반갑게 느껴졌다. 그밖에도 중요한 상황에서 고민의 방향을 잡아 주었던 가에데의 역할은 참으로 멋있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마냥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아서 읽는 내내 밝은 마음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극적인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체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집주인 또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아파하지만 이를 삼키는 어머니, 가족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형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자 이웃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소설에서는 뻔한 클리셰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 역시 너무 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고도 평범한 이야기가 가진 힘은 세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낀 이야기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