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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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 p.109

어느 순간부터 리뷰를 적을 방향을 생각하면서 적는 습관이 생겼는데 책을 읽고 나서도 가닥이 잡혀져 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크게 두 가지의 경우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작가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이다. 전에 언급했던 듀나 작가님의 작품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결점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스스로 의심을 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잃게 된다.

두 번째는 생각했던 부분과 전혀 다르게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는 경우다. 어떻게 보면 철학 도서를 읽을 때처럼 리뷰를 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줄거리, 인물의 성격 등을 가지고 철학적인 내용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느낀다. 과연 이렇게 적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이 또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부분 읽으면서 큰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중간에 독자로 하여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혼란스럽다.

이 책은 아민 말루프의 장편 소설이다.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이라는 제목이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도 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박경리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이다. 노벨문학상처럼 누구나 아는 상이 아니면 대부분 한국적인 이름의 상들은 한국 작가들이 많이 받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누가 봐도 외국 이름의 작가라고 하니까 관심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세계문학상이라는 상 이름만 봐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텐데 편견이 곧 호기심의 원인이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알렉이라는 인물은 대서양에 위치한 안타키아라는 섬에 거주한다. 아버지께서 섬 전체를 구입하면서부터 집안의 소유가 되었는데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그곳에서 화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유일한 주민일 줄 알았던 알렉은 거주민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브라는 삼십 대의 여성이었으며, 소설가라고 한다. 그곳에서 알렉은 라디오에서 들리는 이상한 신호로 세계의 위기를 알게 된다. 이를 기회로 에브와 친해지게 되며, 안타키아 섬 거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공과 오래된 친구인 모로를 통해 인간보다 더욱 발전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을 만나고 이들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 읽으면서 철학적인 내용에 많이 당황스러웠던 소설이었다. 갑자기 아가멤논을 비롯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으며, 블랙아웃을 일으키거나 병을 고칠 수 있는 능력들을 보면서 그들을 마치 종교처럼 따르는 인간들의 모습이 참 알 수 없는 감정을 들게 했다. 가벼운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어지럽게 했다. 과연 이렇게 위대한 능력을 가진 자들을 의지하게 되었을 때 인간에게 벌어질 수 있는 피해와 결과는 어떻게 된 것일까. 소설의 내용 중간마다 화자인 알렉으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이러한 메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문명 발전의 무서움을 인지시켜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섬 사람들은 병을 낫게 만드는 모습이 곧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과 질병이라는 이름을 지운다. 어떻게 보면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기도 한 아이러니가 되는데 이를 지운다면 과연 사람들을 삶을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것일까. 극중 위대한 능력을 지닌 엠페도클레스의 일원이었던 아가멤논도 이를 우려하면서 빨리 철수할 것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를 거부하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물론, 소설에 등장한 이유는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근본적인 이유는 비슷한 결이라고 보였다.

에브의 모습은 다소 위험하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전형적인 맹목적인 믿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알렉과 모로 등의 인물은 각자의 이유로 이를 철학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거나 우려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섬 사람들 역시 상황에 따라 이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엠페도클레스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믿음은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은 어느 이들이 떠올라서 경계의 필요성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물론, 정치적인 흐름에 따라 이동했던 섬 사람들 역시도 위험했다.

리뷰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어려운 책 중 하나였다. 철학적인 물음에 대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리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 의료 발달과 발전으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세상을 보면서 소설의 이야기가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죽음이 사라진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아직 답은 잘 모르겠다.

철학적인 여운이 남는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거기에 페이지 수도 얇기 때문에 술술 읽혔다.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생각 거리를 만들고 싶거나 SF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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