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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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거대한 제사상이라니. / p.82

태생이 겁쟁이여서 퇴마나 영매 등의 주제를 다룬 영화를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신부가 퇴마하는 내용의 유명한 영화와 전라남도 곡성군과 동명의 제목을 가진 영화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다. 시각적인 분장이나 효과의 무서움을 떠나 마치 등 뒤의 스산함을 느끼게 만드는 게 너무 싫다 보니 아직 보지는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도전할 장르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소설은 또 다른 문제이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을 생각해 보니 드문드문 영매나 퇴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특히, 추리나 스릴러 소설의 나름 단골 주제로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 소설에서는 그런 스산함을 느끼지 못했다. 상상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나름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이 책은 박에스더 작가님의 영매를 주제로 한 중장편 소설이다. 손이 닳도록 적는 내용 중 하나가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는 믿고 본다는 것인 듯하다. 아마 가장 많이 적은 내용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큰 만족을 하고 보는 책이기 때문에 이번 신간도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소설에서는 영화와 다르게 인상적으로 본 주제이니까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최은파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여고생이다. 이런 능력을 가져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친한 친구가 없는 삶을 살아온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사람들이 은파를 피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를 고립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은파의 주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과 인물이 있다. 은파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인 이채와 은파가 친해지고 싶어하는 신비한 매력의 김기율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배이다.

거기에 은파가 다니고 있는 Y여고는 지방에 있음에도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로 유명한데 학교 재학생이 죽는다거나 3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무언가 등 뭔가 말할 수 없는 특별하고도 큰 비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주인공인 은파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과 동시에 기율 선배와 고양이 이채의 비밀, 엄마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컬트 영화가 많이 떠올랐다. 흔히 영상 매체로 알고 있는 빨강과 노랑, 파랑의 원색 줄들이 묶인 나무라든지 영매 의식들이 생각보다 큰 스케일로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볍게 읽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진 장면은 영화를 재생시키는 것 같았다. 영화 자체를 본 적이 없기에 이와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틸컷으로 보았던 사진들이 하나로 영상화가 되어 흐르는 듯했다. 덕분에 상상력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싸늘한 느낌도 받았다. 

그러면서 은파라는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는데 특히, 영매 능력을 주고 떠난 엄마에 대한 감정이 뭔가 아련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보통의 여고생이었다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평범한 학교 생활을 했을 테지만 이러한 능력 때문에 뭔가 고립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나 혼자가 된 것에 대한 원망이지 않을까.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던 부분에서는 원망보다는 애증의 관계로 발전이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이르러 엄마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은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고양이 이채의 존재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간식을 주고 싶은 학교 마스코트처럼 보이지만 은파에게만큼은 그저 귀찮은 존재였다. 그냥 단순하게 따라다니는 고양이 중 하나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큰 반전이었다. 사실 읽으면서 이채의 존재와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한 인물과 겹쳐서 보였다. 생각보다 아련하면서도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배경과 내용의 강렬함이 잊혀지지 않았는데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서 은파라는 인물과 사건들이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능력을 거스르거나 한계를 넘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운명을 이겨내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깊이 와닿았다. '과연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묻는다면 은파와 다르게 운명에 순응했을 것 같았다.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은파는 단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나 내용 자체는 가벼우면서도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표현하기 어렵게 조금은 무거웠다. 글로서 표현된 사건의 장면들이 강렬하게 와닿았기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보았을 때 영매나 오컬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읽는 내내 영상화로 구현이 된다면 더욱 흥미로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K-오컬트 영화를 응원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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