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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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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증오하는 건 나약함이었다. / p.49
보통은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부터 알게 될 텐데 작가를 알게 되는데 나의 경우에 스콧 피츠제럴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작품이 아니라면 이를 영화로 만든 것으로 알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한국 가수의 앨범을 통해 처음 인지를 했다. 고등학교 때 2AM이라는 가수가 노래를 냈는데 전곡이 너무 취향에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수의 팬이 아님에도 음반을 구매했는데 그 음반명이 'F.Scott Fitzgerald's Way of love' 였다.
당시 고전 문학과는 담을 쌓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던 터라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인 위대한 개츠비도 모르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음반명과 인터뷰를 읽으면서 스콧 피츠제럴드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위대한 개츠비가 영화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는 피츠제럴드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 음반에 실린 타이틀곡이 먼저 떠오른다.
이 책은 존 그리샴의 장편 소설이다. 여러 소설을 읽다 보니 범죄 스릴러 소설 장르에서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범죄물로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인터넷 서점 줄거리를 쭉 읽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원고가 도난당한 주제라고 하니 흥미가 생겼다. 뭔가 스펙타클한 범죄 스릴러가 기대되었다.
프린스턴 대학교 도서관에 소장 중인 스콧 피츠제럴드 희귀 원고가 도난당한 사건으로부터 이갸기가 시작된다. 전문적으로 이러한 털이를 하는 다섯 명의 범인들은 나름 치밀하게 프린스턴 대학교에 잠입해 희귀 원고를 손에 넣는다. 그러나 두 명의 범인은 잡히게 되었고, 세 명의 범인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FBI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그러다 주인공이 바뀌는데 크게 두 명이 새로 등장한다. 머서라는 슬럼프를 겪고 있는 작가와 브루스라는 서점의 주인이다. 머서는 나름 괜찮은 글을 썼던 작가이지만 슬럼프가 온 인물로 시간 강사로 활동하다 이마저도 그만 두게 되었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던 중 셸비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처음에는 문학 교사로 채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으나, 이는 머서를 작전에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셸비는 FBI와 공조해 도난당한 희귀 원고를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참여만 한다면 학자금 대출을 갚고도 남을 정도의 큰 돈을 준다고 하니 그렇게 작전에 응하게 된다.
브루스는 뭔가 꿈이 없는 한량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듯하다. 부잣집에서 그냥 직업도 없이 이것저것 대충 살다 온 인물이었다. 책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나 큰 유산으로 원고를 발견한 이후로 작은 서점을 개업했다. 서점들이 망해가고 있는 시점이었으나 사업 수완으로 서점을 이끌었으며, 결국에는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알아 줄 정도로 큰 서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배우자를 만나고 여성 작가들과 만남을 가지는 등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처음에 기대했던 점은 다섯 명의 범인이 희귀 원고를 가지게 된 과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범죄 스릴러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내용을 예상했지만 전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실 읽으면서 그 다섯 명의 범인이기보다는 희귀 원고를 각자 다른 방법으로 쟁취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중점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심지어 중간에 이르러서는 주인공이 다섯 명의 범인인지 아니면 머서와 브루스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다. 범죄에 가담하는 자체가 내키지 않았던 머서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브루스에게 접근해 정보를 얻어내는 과정이나 브루스와의 심리 게임 등이 상상했던 것과 다른 긴장감을 주었다.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고객과의 신뢰인지 아니면 친구와의 의리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희귀 원고를 가진 자신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는지 등 브루스가 희귀 원고를 손에 넣은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추측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이 주는 묘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희귀 원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지만 누군가는 생계적인 이유와 어쩔 수 없는 책임감에, 또 다른 누군가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기적인 탐욕에 눈이 멀어 희귀 원고를 지키는 듯했다. 서로 각자 다른 이유로 이를 찾고자 하는 인물들의 생각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그려져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소설적인 허용을 받아들일 넓은 그릇이 못 되어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마음적으로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케이퍼 픽션이라는 장르에 속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범죄를 모의하고 있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범죄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경찰과 범인의 쫓고 쫓기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펼쳐졌다. 서로의 속내를 들키지 않게 줄타기 같은 관계의 머서와 브루스를 보는 긴장감과 함께 시트콤 대사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한 그들의 티키타카가 참 인상적이었던 내용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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