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갈등 -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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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제 건전한 갈등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 p.294

개인적으로는 갈등 상황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피하는 편이라고 해야 될 듯하다. 일부러 사람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니어도 몸과 정신이 허락한 이상 울며 겨자 먹기로 수락해 결국은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게 될 때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스스로를 옥죄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고 지금은 그래도 다른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타인과의 갈등은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편이지만 스스로 마음속의 갈등은 아직도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렇다고 갈등을 피할 수도 없을 텐데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키우고자 독서를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했던 버릇을 고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 책은 아만다 리플리의 사회학 서적이다. 개인적으로 갈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갈등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약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반응들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저자는 고도 갈등이라는 용어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고도 갈등이란 악의 구도가 뚜렷이 형성되어 우리와 그들 간의 반목으로 치닫게 된 갈등이다. 이러한 고도 갈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계의 법칙들이 작용하지 않으며, 극한으로 치닫는 대결의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갈등이라는 게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갈등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파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대립을 말하는 듯했다.

미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약간 한국 정서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했으나 상황을 넓혀서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역시도 정치부터 시작해 극한의 갈등을 겪고 있어 많은 공감이 되었다. 특히, 세대 갈등과 정치적인 대립 등 너무나 많은 갈등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혼 중재자로서 활동했던 변호사 게리와 시카고 갱단에서 활동했던 커티스의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큰 공감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극한 갈등의 상황에서 오해와 대립을 겪었지만 결국에는 이를 해결하게 되었고 개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우선 게리의 상황을 보면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아버지와 달리 우연히 주변 사람의 첫 이혼 중재를 맡은 이후부터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혼을 요구하는 부부들의 중재자의 역할로서 많은 신뢰를 얻었던 인물이다. 살고 있는 마을의 발전을 위해 마을 정치에 나서고자 했다. 마을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부인과 딸은 이에 동의했지만 아들은 반대했다. 그러나 게리의 의견은 확고했던 듯하다. 결국은 위원장이라는 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초반에는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의 중재자로서 활동했던 것들을 펼치고 위원회 개최 당시 규칙들과 소회의 등을 만들면서 마을 정치는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게리 측근의 정치인들과 게리 스스로부터 갈등으로 치닫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중재를 하는 본인 자체가 신진 세력과 수구 세력으로 나누어 편을 가르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시카고 갱단에서 활동했던 커티스는 한 유명 선수의 살인 사건을 본 이후 자신의 반대 세력이 저질렀다고 크게 오해를 하게 된다. 유명 선수가 반대 세력의 공간을 침범했다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살인자를 어떻게든 죽이고자 노력했으며, 갱단에서 마약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주로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은 반대 세력에 있는 갱단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던 중 아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면서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이러한 일에 손을 떼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갱단 일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 대회를 맡게 되고, 유명 선수를 살인한 범인을 만난다. 그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커티스는 자신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악의 구덩텅이에서 빠진 이들을 구하기 위해 범인과 힘을 모아 노력하는 개과천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물들이 극한 갈등에 빠져서 나오는 과정들을 상세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갈등에 빠지게 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극한의 이야기만 자기 방식대로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막상 까보면 그렇게까지 대립을 할 이유가 없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간을 벌고, 공간을 확보하고, 단순화하는 과정들을 하나씩 택하면서 화합을 이루게 되는데 이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갈등을 치하는 방법을 알려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깊은 역사와 사회학적인 내용이 담겨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갈등이라는 것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5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의 책이면서 미국 사회 위주의 이야기들에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재독을 하면서 더욱 더 방법을 내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극한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요약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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