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버스 웅진 우리그림책 93
이수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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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는 슬펐어.

가끔은 어린이 문학에서 주는 울림이 있다.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춘 이야기들이지만 그게 신기하게 성인들의 감성을 터드릴 때가 있다. 십 년 전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를 보고, 올해는 김선영 작가님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동화책이나 그램책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즈음 들어서 하고 있다. 그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처음 선택한 책이다. 또한, 추석을 맞아 곧 만나게 될 조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찾던 중 고르게 되었다.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해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파리 버스는 유독 다른 버스에 비해 늦은 속도를 자랑한다. 덕분에 출근하거나 급한 일이 있는 해양 생물 고객님들로부터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일부 고객님들은 멀미가 생기지 않아서 좋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지만 말이다. 결국 해파리 버스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자유 신분이 된 해파리는 바다의 이곳저곳을 누비다 심해로 깊이 들어간다. 거기에서 초롱아귀라는 물고기를 만난다. 빛을 밝히는 초롱아귀에게 하나의 부탁을 받게 되고, 심해를 여행하면서 해파리는 그의 소원과 더불어 새로운 행복을 느낀다.

아무래도 아동 수준의 그림책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읽으면서도 그림에 집중하게 됐다. 일부는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마 추석에 만날 조카들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책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새로우면서도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들도 조금씩 떠올랐다. 물론, 내용까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퇴사가 곧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보통 금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막막하게 다시 직장을 구해야 되는 어려움과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퇴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힘들어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인격적인 모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과거의 그런 경험들과 주변에서 들은 말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의지와 다르게 직장을 나오게 되었지만 또 다른 행복을 찾았던 해파리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해파리의 이야기가, 바닷속의 상황이 곧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았다.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감정 이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아마 공감과 위로를 받지 않을까. 마치 해파리를 또 다른 모습이었다고 느꼈던 나의 경우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았던 그림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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