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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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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존을 이겼다는 의미야. / p.173
유독 내가 읽은 책들에서는 서점이 자주 등장한다. 인생 책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소설들 중에 두 권이나 서점을 주제로 하고 있다. 거기에 에세이 중에서도 서점을 주제로 하는 책도 있다. 이 정도면 서점을 맹목적으로 사랑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전생에 서점 주인이었지 않았을까. 서점은 곧 힘이자 힐링의 공간이 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책은 가와카미 데쓰야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부터가 서점이 등장한다.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는 일본의 서점이니까 다르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거기에 서점 실화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힐링 소설이기에 더 큰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리카라는 직원의 성장기이다. 고야바시 서점의 유미코 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고민과 해답을 찾고,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유미코 사장이 서점을 하게 된 이유와 서점에 얽힌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는 70년 된 실제 동네 서점의 내용이다.
주인공인 리카는 일본에서도 꽤 크다고 자부할 수 있는 출판유통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동안 큰 회사 위주로 취업을 준비했지만 출판유통회사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분야이다. 거기에 책과 거리가 멀고, 설상가상으로 집인 도쿄와 멀리 떨어진 오사카 지부의 영업팀으로 발령이 난다. 그저 리카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 투성이다. 낯선 타지에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하는 와중에 나름 크다면 큰 실수를 저지른다. 서점을 돌던 중 인기 도서를 적게 가져다 주었다는 서점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물류 부서의 동기에게 부탁해 임의로 그 도서를 구했던 것이다. 물론, 신입이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선의의 행동으로서 한 일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상사에게 묻지 않고 한 일이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서러운 마음을 상사가 있는 자리에서 표출했다. 부장은 리카에게 고야바시 서점에 갔다 오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의문을 가진 채 고야바시 서점의 유미코 사장을 만난다.
크게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는 리카라는 인물에서 평소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는 점이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목표보다는 그저 큰 기업의 취업을 먼저 생각했었다. 막상 회사에 취업하고 나서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물 흐르듯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리카가 유미코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자신을 낮추는 '저 같은 건'이라는 말버릇을 보인다거나 단점을 먼저 생각하는 등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데 과거와 오버랩이 되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동질감을,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이 곧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서점 주인 유미코의 일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는 점이다. 고바야시 서점은 다른 서점과 다르게 우산을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점과 우산의 조합이 조금은 낯설게 보였다. 아마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리카에게 우산을 판매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인상적이었다. 우산을 만든 CEO의 인터뷰를 보고 판매를 결심하였다는 점이다. 우산을 만드는 업체도 서점으로 온 손님 숫자를 눈으로 보면서 우산 판매에 대한 회의적인 의사를 보였지만 유미코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플리마켓이나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우산을 판매했다. 그 외에도 동네 서점의 한계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획기적인 시도를 한다거나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다른 동네 서점과 연대해 발전하려는 노력 등에서 누구보다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유미코의 열정과 자부심, 통찰력이 부러우면서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카의 성장을 응원하면서 유미코의 색다른 관점에 많은 교훈을 얻었다. 특히,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고객들에 대한 내용을 말하면서 유미코는 리카에게 쉽게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장감이나 흥미를 주었다는 점에서 그 부분을 이겼다는 칭찬을 해 준다. 거기에 책에 대해 잘 모른다는 리카의 단점이 곧 이벤트를 할 때에는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분명 같은 내용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갉아 먹는 독이, 성장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또한 유미코가 고바야시 서점에서 많은 업적을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노하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속 리카의 모습이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삶이라는 큰 바다에서 의미도 모른 채 일 또는 무언가의 파도에 휩쓸려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어쩌면 불안한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이 이 소설을 본다면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리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