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김성중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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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정서는 낭만주의의 한 특징이다. / p.36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꼭 아버지께서는 18번이었던 최백호 선생님의 '낭만의 대하여'를 부르셨다. 도저히 내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가사이기도 했다. 비 오는 날 도라지 위스키를 마시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노래였는데 실연과 청춘이라는 것 자체가 와닿지 않는 나이였기에 낭만 자체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으로 번역해 보다면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창문 밖을 보고, 과거를 떠올리는 정도 될까.

낭만이라는 게 아직까지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실연도 겪었고, 청춘의 나이에서 과거 회상을 떠올릴 때가 점점 많아지면서부터 말이다. 그러나 딱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에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 낭만인지, 아니면 진짜 단순한 과거 회상에 불과한지 그것조차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김성중 작가님의 낭만에 대한 책이다.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이라는 부제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문구 자체가 나만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기에 낭만으로서 두루뭉슬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동안 몰랐던 낭만도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보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예상을 빗나갔다. 낭만의 어원부터 영국의 역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낭만을 탐구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서양의 역사는 책으로 볼 때가 많아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들어가는 역사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서 걸리버 트위스트에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 주었는데 고전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낭만의 어원이 우리가 흔히 아는 'Romance'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마치 과거의 경험했던 일들을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게 맞다면 그게 곧 낭만이기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도 공감되었다. 흔히 일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젖기 때문이다. 낭만 자체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잡히는 듯했다.

또한, 영어의 시를 통해 낭만에 대해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한국의 시는 꾸준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접했는데 영문 시는 거의 처음 봤다. 해석의 오류로 잘못된 의미를 전달한 정치인의 내용도 등장한다. 아마도 영문 시 자체가 정서나 해석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멀리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영문 시를 통해 낭만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에게는 뭔가 흥미로웠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낭만을 즐긴다고 하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이는 것 같다. 매일이 전쟁인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여유가 없기에 과거를 추억하면서 곱씹는 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 그 점을 안타까워 했는데 나 역시도 불안하면서 답답한 이 시대에서 낭만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현실이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오죽하면 과거를 추억하는 낭만보다는 물멍이나 불멍처럼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유행이겠는가 싶다.

팩트를 따지고, 수치에 집착하는 세계에서 낭만은 거리가 있는 듯하다. 내용 중에서 어른과 아이의 대화에 대한 시가 참 인상 깊었다. 어른이 아이에게 형제 관계를 물었더니 아이는 일곱이라고 대답했는데 언니와 오빠는 무덤 아래에 누워 있다고 대답한다. 흔히 사람의 생각이라고 하면 다섯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이미 둘은 안타깝게도 하늘나라에 갔기 때문이다. 어른도 이 점을 지적해 아이에게 다섯이지 않냐고 되물었으나, 아이는 끝까지 일곱이라고 대답한다. 세상을 떠난 언니와 오빠는 아이의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그렇다.

개인의 감수성보다는 사고가 더욱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책에 나오는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는 어린왕자 문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어떻게 보면 낭만 역시도 그럴 테니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 역시 그것을 경시하는 분위기와 낭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낭만을 찾아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환기 목적뿐만 아니라 철학에서 삶의 답을 찾아왔던 것처럼 낭만이 지금 지나는 길에 답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에서 답을 찾는 편인데 경험을 현재로 옮겨놓은 것이 낭만이니까 그렇다.

아버지의 18번인 노래에 등장하는 낭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답이 없기에 정확하게 알고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낭만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 하나만큼은 확실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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