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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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옥은 여기 있으니까. / p.45

세상에서 믿는 것보다 안 믿는 것이 더 많다. 귀신도 믿지 않고, 무서운 이야기 자체를 잘 믿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저승에 대한 존재이다. 사후세계 개념인데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게 사실 경험해 보지 않아서 더욱 그런 듯하다. 오죽하면 천국과 지옥에 대해 설명하는 종교 관계자분과 말싸움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아마 그 분께서는 전도할 의미로 말씀하셨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리러하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처음 인상만 보면 공포 소설인 줄 알았다. 줄거리 자체도 귀신이 등장할 것 같아서 뭔가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반전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가 갔다.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무서운 소재들과 펼쳐지는 로맨스라는 게 뭘까. 궁금증이 들어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서주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은 할머니의 명의로 다른 사람들에게 세를 주면서 금전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허름한 외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빈 방이 더 많은 듯하다. 어느 날부터 거실에 이상한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라고 불려도 무방할 음식을 먹고, 정체불명의 미숫가루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악마에게 세를 내주었고, 방에서는 죄수들이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저승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 모양인 것 같다.

주된 내용은 할머니의 양아치 둘째 아들, 악마와 서주, 서주의 주변 이야기들이다. 서주를 둘러싼 전체적인 이야기가 핵심 흐름이다. 처음에는 상상을 해 보자니 인상을 찌푸리는 일들이 많았다. 방에서는 죄수들을 관리하는 악마의 행동이 묘사되는데 호러 장르를 선호하지 않다 보니 징그럽기도 했었다. 거기에 비위 약한 음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니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책을 덮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묻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좋아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서주의 환경 자체는 지금 젊은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열악한 편이다. 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은 나름 위안할 거리이겠지만 어느 가정이든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양아치 자식 하나 정도는 있고, 부모님께서는 그 모습을 보고도 금전적인 도움을 드리는 게 나름의 룰이지 않은가. 거기에 서주는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히까지는 아니더라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듯했다. 거기에 악마가 오기 전의 유일한 세입자는 히키코모리이다.

현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배경에 판타지 인물의 조합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좋았다. 악마가 인간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부터 악마를 질투하는 다른 동성의 인간, 결국은 인간에게 고백까지 하려는 그런 악마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판타지 드라마를 통해 도깨비와 인간의 연애, 귀신과 인간의 연애 등을 많이 보기는 했었지만 책으로 읽는 그런 연애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설렘보다는 재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장르 그대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성장 서사나 사후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 등의 이야기였다면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내용이었다고 해도 나름의 좋은 점을 찾았겠지만 이 작품은 가볍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어서 그게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저승의 오싹함과 로맨스의 달달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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