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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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지나 메타세쿼이아 나뭇가지 끝을 울게 해다오. / p.147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으면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소설에 표현된 청소년들은 누구보다 순수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청소년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끔 길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소년 또는 소녀다운 모습으로 웃음을 짓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야요이 사요코의 장편 소설이다. 두 소년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제목도 약간 뭔가 시적으로 느껴져서 더욱 눈길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제목과 어울리지 않은 추리 장르의 소설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마치 그렇지 못한 외모에서 다른 매력을 본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용보다는 궁금증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시후미와 리쓰라는 이름을 가진 두 소년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유키라는 남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유키는 시후미의 사촌이자 드문드문 탐정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후미의 양어머니 부탁으로 시후미 양아버지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의뢰를 받는다. 이미 가닥이 나온 사건임에도 양어머니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양아들인 시후미를 지목하고 있기에 뒤를 캐서 알아봐달라고 한다.

시후미는 아버지의 폭력과 이혼으로 조부모의 양자로 들어간다. 열심히 공부를 한 결과 법대에 재학중인 대학생이다. 유키는 시후미의 학창 시절부터 차근차근 주변 사람들을 만나 탐색하기 시작한다. 조사하면서 고구레 리쓰라는 시후미의 친구를 인지하게 되고 그와 벌어진 다른 사건들을 파악해 나간다.

읽는 내내 생각과 다르게 소년들의 순수함과 생기발랄함보다는 우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시후미와 리쓰의 소설 내에서 바닥에 가라앉는 성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법대생에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시후미도, 문학에 큰 소질을 보이는 리쓰도 생각보다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들이었기에 조금은 암울한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의 생각을 느꼈는데 첫 번째 생각은 시후미와 리쓰의 관계였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가깝다고 느꼈다. 흔히 일상에서 친구보다는 가까운, 연인보다는 먼 관계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이 딱 그 정도였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 안고 있기에 내적인 친밀감과 의지가 되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이기기 위해 위험하고도 힘든 일에 뛰어든다는 게 단순한 우정으로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성 관계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첫사랑의 감정보다는 청소년기의 혼란스러운 사랑의 정체성으로 이해했다.

두 번째 생각은 청소년기에 받았던 상처이다. 시후미와 리쓰는 둘 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가정 내에서 상처를 받기 시작하면서 변하게 되었고, 시후미와 리쓰 둘만이 가장 큰 의지 대상이자 감쌀 수 있는 존재였다. 읽으면서 어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었고, 두 소년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도 들었다. 대체 누가 이 두 소년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어른들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 소설이라는 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물론, 양아버지의 죽음과 다른 연계된 사건으로 알아가는 과정이 추리적인 요소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두 소년의 이야기에 집중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소년이 뭔가 알 수 없는 여운을 주고 간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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