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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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 p.42

한밤에는 역시 술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맥주와 함께 어울리는 안주들과 하루를 보낼 때가 다른 계절에 비해 많기도 하다. 가을이 되면 체중계에 올라가기 두렵기도 하지만 더운 여름에 차가운 맥주는 거의 천생연분 수준이지 않을까. 나의 간은 한참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글을 빌어 미안하다는 말을 적고 싶다.

이 책은 이시모치 아사미의 소설이다. 처음에는 입맛을 돋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그러다 술과 안주, 이야기의 삼박자를 맞춘 소설이라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술과 안주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거기에 미스터리는 조금 무섭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했기에 걱정을 하면서 읽게 되었던 책이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일곱 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나쓰미와 겐타 부부, 나가에 나기사와 나가에 다카아키 부부로 네 명이다. 보통 이 네 명이 모여 안주와 술을 마시고 그로부터 하나씩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은 안주나 술의 특징을 토대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흔히 이야기를 시작할 때 '저기 홍길동 씨 기억하지?' 또는 '옛날 옛날에 있잖아.' 이런 류의 이야기 시작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의 노력으로 아이들의 학교가 다르다거나 갑자기 이혼을 하는 등 전체적인 이야기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법한 내용이다. 순간 집단 내에서는 뒷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지금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특히, 나가에 나기사 라는 인물의 생각을 통해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다르게 해석이 된다.

개인적으로 사케X오징어내장구이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호와 노모토이다. 둘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 관계인데 어느 날, 미호가 임신을 하게 되어 휴가를 낸다. 여기에서 문제는 미호가 미혼이었다는 것에 있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휴가를 주었으며, 미호는 출산 후 복귀했다. 이상한 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2년 뒤에 노모토와 결혼을 한다. 출산 후 결혼이라는 조금 이상한 순서로 전개되기에 네 명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즈음은 선 동거 후 결혼을 택하는 사람도 있기에 크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동거 중 아이가 생긴다면 출산 이후 결혼을 바로 했을 것이다. 미호가 왜 2년 뒤에 노모토와 결혼을 했을까. 다른 인물들처럼 아이가 노모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직장 동료들이 봐도 아이의 얼굴은 노모토와 똑같았다고 한다. 점점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결말을 보고 나니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통의 가부장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과거에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도 나기사가 생각했던 류의 결과로 흘러가는 내용을 보았던 것 같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지관의 차이에서 나오는 아쉬움이었다.

전체적으로 흐름 자체가 너무 정형화되어 흘러가기에 좋았다. 일본 소설이기 때문에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헤매는 일이 많은데 이 소설은 매 이야기마다 네 명의 관계를 소개해 준다. 아마 세 번째 정도에 들어가니 대충 어느 지점에 인물에 대한 소개가 나올지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물 이름을 헷갈리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전개라고 생각한다.

스릴러의 큰 긴장감보다는 술 한 잔 마시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마치 네 명 사이에 나라는 솔로가 딱 끼어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나기사의 냉철하면서도 날카로운 추리는 소름을 돋게 하기도 했다. 마음은 편안하지만, 머리는 굴릴 수 있었던 그런 추리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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