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하수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평점 :

우린 최선을 다했으니 그들의 운명이겠죠. / p.18
운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운명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깊이 생각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점점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기면서부터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평생 함께 보낼 반려자와 생사의 갈림길 등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 제어할 수 없는 운명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은 김정금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좋아하는 풍경의 표지가 먼저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바다 풍경의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다. 또한, 바다에 가면 무조건 찍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줄거리를 읽는데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가. 손이 안 가는 게 더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흥미로운 소재들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해수라는 이름을 가진 의사다. 응급의학과에서 나름 능력을 펼치고 있는 10년차 의사인 해수는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이상한 증상을 느낀다. CPR이나 처치를 할 때마다 환자의 과거가 보이는 증상이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증상으로 환자를 살리지 못하게 되면서 사직서를 내밀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환자를 살리는 게 저주라고 하면서 한 아이가 원하는 무언가를 주어야 저주가 풀린다고 하는 스님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에 보았던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병원이어서 술술 읽혔다. 읽는 내내 좋은 느낌으로 읽기도 했었다. 해수와 다른 주인공인 연화, 해수의 동생인 해인, 해수의 동료인 재하로 이어지는 네 명의 알 수 없는 운명을 풀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네 명의 운명은 진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네명의 기구한 인연은 19년 전에 벌어졌던 남하도 앞바다의 크루즈 사고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는 원인 제공자가, 또 누군가는 희생자가 되어 저주를 받기도,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도 한다. 희생되었던 이들에게는 기구하기는 하지만 큰 사건을 만든 원인을 제공한 자들을 보면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그렇게 큰 사건을 통해 꼬인 운명의 실을 풀어내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연민과 알 수 없는 분노로 읽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아무래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응급실이라는 배경을 가진 소설이면서 네 명의 인연을 다루고 있기에 운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나온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종교, 국적, 성별 등에 차별없이 처치를 해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이를 어기는 모습이, 이무기와 염라대왕들은 선녀와 인간들의 선택에 대한 운명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그렇다. 사실 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소설을 보니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운명은 알지 못하는 신의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읽는 내내 도깨비를 주제로 한 드라마 하나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어떻게 제어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절망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모르기에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운명에 대한 소설이지만 살아가는 지금에 대한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