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기특한 불행 -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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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위에 새겨진 득주와 함께. / p.43

실패에서 느끼는 불행을 이기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므로 이러한 불행 또한 나중에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장 느껴지는 패배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실패했다는 감정뿐 아니라 불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오는 거지.

행복을 크게 바라지도 않지만 불행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는 그저 평온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꿈이다. 바다도 파도가 오듯이 살아가는 인생의 바다도 언젠가는 파도가 온다. 너무 잔잔한 물결만 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파도가 지난 다음 성장할 필요성도 느낀다. 그러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잔잔한 물결이 더욱 좋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오지윤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작가님의 작고 기특한 불행은 무엇일까. 일상생활에서 불행은 작게 오기도 하니까 그럴 수 있고, 성장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기특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상상하지만 막상 불행을 맞이한다면 부정적인 감정의 회오리에서 정체할 때마다 이것 또한 작고 기특한 불행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불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드러나 있는 글이었다. 그 중에서도 <너에게는 없는 복>과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너에게 없는 복>는 에세이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전 남자 친구의 권유로 키우게 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레르기까지 있는 저자는 그렇게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지만, 일주일만에 전 남자 친구와 이별하게 되었다. 고양이 오복이를 안으면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고양이 언어 해석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무지의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의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무지에 대한 생각이 큰 공감이 되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물론, 그것이 인간관계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는 신입 시절 6개월 선배로부터 들었던 조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상사로부터 들은 대답을 보고 표정을 살피면서 본래의 뜻을 찾고자 하는 것. 저자는 동기와 술자리에서 이를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다 평온한 표정의 선배에게 이러한 문제를 털어놓자 선배는 "우리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전부 짊어졌던 것이 책임감이라고 느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선배의 말처럼 나 역시도 회사에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러한 생각이었다면 내 자신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회를 살아가면서 이러한 방패막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외에도 코로나 시대에 만남 애플리케이션을 보면서 공감했고, SNS의 행복한 모습들을 보면서 이 사람도 불행할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던 이야기를 보면서 동지애가 들었고, 과거 아이돌이 언급된 에피소드를 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다. 또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던 글도 있었다. 할머니와 부추에 대한 추억과 엄마의 실명을 거론한 예찬이 그랬다.

책을 덮으면서 정지음 작가님의 추천사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불행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면서 매일 작고 소소한 불행들이 찾아온다. 거리 두기로 사람의 향기를 맡지 못한 것이 그랬고, 면접장에서 무례한 질문으로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그랬다. 아마 오늘도 불행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세이의 제목처럼 작은 불행들을 조금이나마 기특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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