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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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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에게나 고유의 향과 색이 있다. / p.189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타의적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 물론, 회사나 가정의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사적으로 만남이 제한되다 보니 집과 직장 또는 집과 학교만 왔다갔다 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우울감이 곧 많은 국민의 흔한 증상이 되었다.
은둔형 외톨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발적인 집순이로서 처음에는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대학교 시절에는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아서 방학 내내 집밖을 안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것 또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나 역시도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은 혼자 중고서점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가 될 정도로 바깥 구경을 실컷 하는 중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준호 작가님의 소설이다. 나에게는 동질감이 느껴져서 관심이 갔다. 낯선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부담이면서 싫기도 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은둔형 외톨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들이 사람을 만나면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유미와 주원이다. 주원이는 하나뿐인 친구의 죽음 이후 충격을 받아 자퇴까지 했다. 이후 가족을 설득해 혼자 나가서 살게 되었지만 본가에도 가지 않는다. 또 다른 주인공인 유미는 공간 마법 능력이 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나 어른들에게 공간을 선물로 선사해 주었지만, 마법으로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할머니가 계시는 외딴 시골에 와서 살고 있다. 둘은 밖에 나가더라도 사람이 없는 어두운 시간을 선택해 공원을 도는 등 극도로 사람을 꺼려하는 은둔형 외톨이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주원이는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천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밝은 시간에 공원에 나가기도 하고,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주문해 마시기도 하는 등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된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유미는 할머니의 유언 편지를 보고 용기를 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모텔에서 숙식한다. 둘은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의 모임을 알게 되어 참석한다.
공감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먼저 들었다. 부모를 죽인 패륜아 낙인 찍힌 유미와 하나뿐인 친구를 잃어 사회로부터 격리가 된 주원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유가 스스로의 문제가 아닌 세상과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나오지 못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스스로 노력한다고 세상 밖에 쉽게 나올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둘의 상황 자체가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소설에서는 주원이와 유미뿐 아니라 은둔형 외톨이의 모임의 회원들도 등장하는데 그들 역시도 다 상처를 받고 세상 밖을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모임에서 서로 말 한 마디 없이 오랜 시간을 가만히 있었다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숨이 막혔다. 심지어 커피 하나 시키자는 말조차도 없었다는 것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망설이는 둘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읽었던 것 같다. 모자를 꾹 눌러 쓰고 밖에 나왔던 주원이나 서울 가는 버스 티켓 하나 예매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행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에게 말을 걸기 위해 속으로 용기를 되뇌이고 있는 둘의 마음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사실 아무리 집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라는 극단적인 사례에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이기는 하다.
소설의 중반부에 들어가면서 이들이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나마 연습을 했었던 주원이와 유미의 경우에는 사회에 있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관계를 맺을 정도로 큰 발전을 보여주었고, 다른 모임의 회원들도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더욱 그들을 응원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들에게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마법을 가진 유미의 사례만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의 원인은 주변에 있을 법한 일이자 사람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요즈음은 전화 공포증부터 시작해서 사회에서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용어까지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와닿을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독자들에게는 공감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한번쯤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시선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