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목소리가 아이에게 닿고 있었어. / p.41

몇 년 전 친한 대학교 선배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를 갔었다. 그동안 홋카이도 하면 영화 러브 스토리의 배경인 오타루 운하와 삿포로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여행하면서 느낌과 풍경들이 인상 깊었다. 고즈넉하면서도 여유로운 동네. 또한,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외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어머니께 분명 가면 고향이 떠오를 것이니 하늘길이 열리면 꼭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아직까지도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후에 예능 촬영지로 후라노와 비에이가 나왔고, 홋카이도가 배경인 한국 영화를 보게 되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 책은 타키와 아사코의 소설이다. 나에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르골에 대해 잘 몰랐고 지금도 문외한이지만 오타루 오르골당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안에서 들려왔던 오르골 소리와 바글바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묘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들이 그렇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오르골을 봤던 것은 처음이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그곳이 딱 떠올랐다. 내 기억은 그곳은 시끄러운 곳이 아니었기에 궁금해 읽게 되었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다. 사연을 가진 어떤 사람이 우연히든 아니면 의도적이든 오르골 가게를 보고 들어와 오르골을 제작하는 이야기. 현실에 누군가 있을 법한 손님들이었다. 단지 오르골 가게의 주인만 비범한 능력을 가졌을 뿐. 손님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노래를 읽고 그에 맞는 오르골을 제작해 준다. 반신반의한 손님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는 손님도, 아마 나라면 반신반의가 아니라 어디에서 약을 파냐면서 하나부터 끝까지 믿지 않았을 듯하다.

모든 손님의 사연들이 흥미로웠지만 돌아가는 길이라는 사연과 모이다라는 사연이 마음에 와닿았다. <돌아가는 길>은 어머니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유토라는 이름의 아이에 대한 사연이다. 유치원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큰 자책감을 느낀다. 그러다 산책길에 보게 된 오르골 가게를 들어간다. 유토는 관심을 보였고, 주인은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를 듣고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 준다고 했다. 유토는 귀가 안 들리는데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면서 맡겼고, 며칠이 지나 다시 찾은 오르골 가게에서 감동한다.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에게 오르골을 선물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진동은 느낄 수 있어서 클럽이나 노래방 스피커 바로 앞에서 노래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피커의 진동으로 노래를 듣고 춤을 춘다고 했다. 그러나 오르골은 진동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텐데 유토가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것 또한 편견일 수 있기에 다시 생각을 고쳤지만 말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내 탓이라는 어머니의 죄책감도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었다.

<모이다>는 학교 다닐 때 밴드 활동을 했던 네 명의 사람에 대한 사연이다. 개성도 뚜렷한 친구들은 밴드 활동을 했었다. 다들 서로의 음악 스타일을 이해하면서 해왔었지만 루카와 갈등은 조금 심했던 것 같다. 특히, 음악인으로서 꿈을 계속 유지하느냐, 포기하고 취업을 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세 명의 친구는 후자를, 루카만은 전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로 가자고 했다. 겉으로는 봉합이 된 듯하지만 네 명이 가기로 했던 여행에서 루카는 가지 않겠다고 했고 세 명의 친구들만 오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오르골 가게를 발견해 들어가 오르골을 맡겼고, 오르골을 찾으러 가는 날이자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에 쇼핑백을 보고 의문을 가진다.

결말을 보고 이 네 명의 사람들은 어떻게 선택했을지 궁금했다. 오르골 소리를 듣고 꿈을 다시 찾기로 했을까, 아니면 그냥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까. 오르골 소리 하나로 포기했던 꿈을 다시 찾기에는 현실적인 장벽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 드라마틱하기는 하겠지만 나의 결말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기억에 잊혀진 노래이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노래가 오르골에서 흘러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색다른 방법의 노래여서 더욱 인상 깊었다.

여기에서 비범한 능력을 지닌 주인을 짝사랑하는 사람의 러브 스토리도 설레게 했다. 대놓고 나온 로맨스는 아니었지만 주인을 쳐다보는 사람과 작은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실망하는, 자신만 빼고 모든 사람이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그런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마지막 결말 역시도 내 기준에서는 완벽했다.

굳이 홋카이도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북쪽 지방의 작은 동네와 운하 이야기 등을 볼 때 누가 봐도 내가 갔던 오타루였다. 어떻게 보면 이미 오타루를 다녀온 사람이기에 그 분위기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오면서 오르골당에서 들려온 노래가 재생될 정도로 나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킨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