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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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에선 희망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 p.17

이 책은 앨리슨 몽클레어의 추리 소설이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린다고 하는데 살인 사건이 나왔다는 게 관심이 갔다. 이게 무조건 없을 일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소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매칭하는 두 사람이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우연히 결혼식에서 만난 그웬과 아이리스는 속전속결로 바른 만남 결혼상담소를 열었다. 짝을 찾기 위해 온 고객으로부터 그럭저럭 운영하고 있던 어느 날, 어제 찾아온 고객이 오늘 피살되었다고 했다. 용의자는 그웬과 아이리스가 매칭해 준 남자라는 것이다. 증거까지 있다고 해 구치소에 수감이 되었으나 둘은 절대로 그런 사람을 소개해 준 적이 없다고 자신한다. 심지어 그웬과 아이리스마저도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누명을 벗고자 하나하나 샅샅이 조사하기로 한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동업을 한다는 게 의아했다. 아예 양끝에 있는 두 사람이라고 봐야 될 정도로 모든 것이 다르다. 아이리스는 군인 출신으로 말보다는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의 사람이다. 반대로 조금은 차분한 스타일의 사람이자 배려심이 넘치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남자를 만나는 것 역시도 아이리스는 남자를 좋아하는 반면, 그웬은 현실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아이와 사망한 남편을 생각해 정조를 지킨다. 이러한 둘이 만나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 있더라도 금방 문을 닫을 일이어서 흥미로웠다.

반대가 끌린다고 했을까. 조합 자체는 정반대의 성향이지만 서로에게 잘 맞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죽이 너무 잘 맞는다. 몸이 먼저 나가는 아이리스를 누르는 것은 그웬의 역할이다. 자신을 막는 것에 대해 반발할 법도 한데 아이리스는 그것을 또 잘 따른다. 그런 부분을 보면서 둘의 조합이 납득이 가기도 했다.

나에게는 그웬과 아이리스, 둘과 경찰 등 두 명 이상이 모이는 순간에서 나오는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추리 소설을 잊을 정도였다. 옛날 흑백이나 무성 영화 등에 등장하는 코미디를 그대로 글로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者)는 남자를 의미하는 것인데 왜 사업자로 적었냐는 경찰의 물음에 그렇다고 사업녀나 여주인으로 쓰기에는 이상하지 않냐고 되묻는 둘의 대답을 보고 있으니 큭큭 웃게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알고 있는 영미권 사람들이었다면 더욱 빵 터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전쟁 직후의 암울한 당시 상황들에 대한 표현들이 많았다. 특히, 그웬 자체가 남편을 잃은 과부로서 시어머니에게 간섭과 무시를 받는 사람이다. 희망을 가지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열었던 두 사람의 심정이 무엇보다 잘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살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지 못한 사람이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참혹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었다.

읽는 내내 추리 소설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용의자를 찾아가는 상황 자체가 긴장감 넘치기 보다는 물 흐르듯이 보니 용의자를 찾고 있었다. 그만큼 유머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뭔가 어떻게 용의자와 결투를 벌일까, 라는 생각보다는 용의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사고를 안 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먼저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찾아가는 상황에서 사고를 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대의 어려움은 유머나 웃음으로 승화시킨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아마 그웬과 아이리스가 딱 그런 이미지를 가진 주인공이었던 것 같다. 사실 분명 둘의 상황만 놓고 보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읽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것은 아마도 유머로 상황을 승화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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