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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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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거의 생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 p.51
홀로그램 이미지의 표지가 신선하다. 매트릭스 같기도 하고, 전화와 인터넷이 통하던 시절의 화면 같기도 하고, 뭔가 사이버틱한 표지. 표지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죽어 마땅한 자는 대체 누구일까? 표지만 보고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끔 추리 아닌 상상으로 책들을 그리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상력을 펼치게 만드는 표지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마이클 코리타의 스릴러 소설이다. 처음에는 비슷한 제목을 가진 모 작가의 오래된 스릴러 소설이 떠올랐다. 그러다 표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다른 것은 몰라도 죽어 마땅한 자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다. 사이버틱한 표지처럼 흥미와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니나라는 이름을 가진 조종사이다. 라워리 그룹의 개인 조종사로 근무하던 니나는 우연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킬러들에게 죽음을 당하는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는 위기이고, 이를 조작해 도망친다. 자녀와 남편을 버리고 리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간다. 모든 일들이 희미해질 무렵, 딸인 헤일리의 전화로 평온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더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리아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당장 그곳으로 달려갔으며, 이를 눈치챈 킬러들은 그녀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거기에 리아를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한 한 남자까지 얽힌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야말로 제목처럼 죽어 마땅한 자들의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긴장감에 사로잡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니나를 찾기 위해 쫓는 킬러들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쫓기는 니나의 순간들이 몸으로 와닿았다. 거기에 돈을 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지만 리아를 구출하는 덱스라는 인물까지 나타나면서 스릴러 소설이라는 게 이렇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감정선에 따라 이 소설을 읽었다. 헤일리와 니나이다. 사실 딸 헤일리의 감정이 이해가 되었던 측면이 있다. 그나마 닉에 대한 감정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니나를 경계하는 헤일리의 이야기는 자주 등장한다. 같은 동네 친구에게 털어놓은 장면에서도 헤일리의 마음이 드러나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모라는 사람을 믿어야 하는 헤일리와 닉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반대로 니나의 입장은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갑자기 등장하는 것보다는 스스로와 아이들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목숨을 지킨 10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게 조금 답답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모성애의 힘을 니나를 통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호불호 가장 분명하게 갈린다. 다른 장르보다 유독 스릴러 장르에서 완전 호인 소설이거나 불호 수준으로 다시는 안 볼 소설들 중 하나로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소설은 전자에 더욱 가까웠다. 친절하다고 느낄 정도의 촘촘한, 손에 땀이 쥐어질만한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휘몰아쳐서 아쉽게 책을 덮었다. 저자가 직접 각본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는데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벌써부터 영화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