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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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 p.164

시리즈를 보면 참지 못한다. 강박이라고 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하나를 사면 다른 시리즈까지 같이 다 모아야 한다. 그게 책에서도 해당된다. 2021년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보게 된 이후로 올해도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수집 욕구라고 해야 정확할 듯하다.

이 책은 소설 단편 소설 여섯 편이 실린 책이다. 내 수집 욕구 중 하나로 구입했는데 낯이 익은 작가님들의 이름이 있어 가장 먼저 읽게 된 책이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인 장류진 작가님, 김초엽 작가님, 최은영 작가님까지 거의 전작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현석 작가님과 강화길 작가님, 장희원 작가님 역시도 이름은 너무 많이 들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다.

강화길 작가님의 <음복>과 장류진 작가님의 <연수>가 떠오른다. 전자는 너무 강렬했고, 후자는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음복>은 결혼한 지 세 달 된 화자가 시댁의 제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고모는 악역이다. 주변 친척들에게 악담을 퍼붓는 캐릭터이지만 남편은 오히려 고모를 좋게 생각하고 있다. 화자는 남편의 말만 믿고 참석한 제사에서 남편을 비꼬는 고모를 보면서 혼란에 빠진다. 이를 본 시어머니는 넉살 좋게 커버하기도 한다. 그러한 자존심 상한 이야기를 듣고도 남편은 세상 편하게 있는다. 거기에서 화자는 가족들의 비밀과 새로운 사실, 이러한 구도의 원인을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의 친정을 떠올린다.

사실 남편의 입장처럼 보다 뒷통수를 맞았다고모라는 캐릭터를 가진 사람은 일반 가정들에서도 한 명 정도는 있을 법하다. 몇 명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다르게 생각하기도 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조련사가 받는다는 게 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느낌. 제사라는 게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조금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인데 나의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연수>는 장롱면허인 화자가 직장 때문에 운전연수를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맘카페를 통해 운전강사를 알게 되고, 그 사람에게 연수를 받게 된다. 초반에는 연수 강사에게 안 좋은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연수를 하면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다. 면허를 따고 한 8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연수를 받을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연수하는 강사의 태도나 말들이 너무 비슷했다. 초반에 반말을 한다거나 조금 예의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때도 화자처럼 화가 났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추억과 더불어 결혼을 요구하는 엄마와 비혼 화자 사이의 갈등, 화자 감정의 아이러니 등을 느낄 수 있었다.

대상이었던 음복부터 마지막 우리의 환대까지 너무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또한, 모든 소설이 단순하게 감정이 끝나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시간 강사의 삶을 느끼게 해 준 최은영 작가님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낙태법과 윤리적인 딜레마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이현석 작가님의 <다른 세계에서도>, 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깨는 김초엽 작가님의 <인지 공간>, 기성 세대와 정상적인 가족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던 장희원 작가님의 <우리의 환대>까지 여섯 편 중 하나도 아쉬운 작품이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단편선을 읽으면 하나 정도는 아쉬운 소설이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나에게는 만족감을 주었던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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