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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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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사람은 모두 톱니바퀴다. / p.250
뉴스에 등장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보고 들을 때마다 단전에서 화가 솟구친다. 아무리 기업이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모습들을 보면 답답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디까지나 잘못은 인정해야 된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미련할 정도로 행동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잘못을 회피하려는 일련의 사건들에 더욱 분노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케이도 준의 사회 고발 소설이다. 사실 표지나 느낌에 맡기는 편인데 줄거리를 보고 가장 관심이 갔던 몇 안 되는 소설이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거기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야기라고 하니 일본 작가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아카마쓰운송의 트레일러의 타이어가 빠져 한 아이의 어머니가 사망한 사건이 생겼다. 트레일러를 만든 호프자동차는 아카마쓰운송의 정비 불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카마쓰운송의 사장인 하카마쓰는 호프자동차의 결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과 이해관계에 있는 은행, 거래처들은 아키마쓰에게 비겁하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희생자의 가족들마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거래처가 끊기고, 은행의 융자가 막히고, 아키마쓰의 아이가 학교에서 어려운 일을 겪기 시작하면서 점점 궁지에 몰린다. 아카마쓰는 무엇보다 이 잘못을 무조건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호프자동차의 결함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읽는 내내 아카마쓰를 응원했었다. 또한, 호프자동차의 뻔뻔함에 부아가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기업을 살리고자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누구보다 비겁한 방법으로 궁지에 몰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났었다. 특히, 아카마쓰의 응답에 회신조차 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라고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인류애가 사라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인간애조차도 없는 것일까. 인간 위에 기업이 있을까.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점은 호프자동차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결과는 개인적인 감정과 의도였겠지만 호프자동차의 비리를 파헤쳤던 직원들과 아카마쓰를 이해해 주었던 이들. 적어도 호프자동차의 미끼에도 윤리와 꿈 사이에서 고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완독할 수 있었다. 소설 세계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가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 소설이 딱 그 예시가 될 것 같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작은 회사여도 잘못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너무 와닿았다. 아마도 이는 작가의 이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촘촘한 짜임새를 가진 서사 덕분에 800 페이지 분량의 긴 소설이었음에도 하루만에 읽을 정도로 몰입되었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전작들을 하나하나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에게는 최고의 취향이었다.
흔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싸움, 개인 피해자와 대기업의 싸움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미 승부가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그저 소설로 남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 책이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