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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 당신이 모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재구성
미켈 보르크-야콥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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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질병과 달리 삶은 늘 죽음으로 끝난다. / p.214
전공 과목에서 심리학 이론을 배울 때마다 프로이트가 끼친 영향에 대해 강조할 때가 많다. 융도 프로이트의 제자로서 같이 연구하다 틀어져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론을 발표했었고, 에릭슨의 이론 역시도 프로이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해서 조금 더 펼쳐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지금에서 보면 프로이트 이론이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여러 심리학 이론을 배우다 보면 영향력이 꽤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38 명의 프로이트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도서들을 많이 봤지만 거기에서도 프로이트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가끔은 철학 이야기에서도 프로이트가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전공에서는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항상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 뭔가 프로이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지 않을까.
38 명의 환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프로이트 이론 자체가 성으로 수렴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련 언급이 많이 등장하고, 여성을 경시하는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수업을 통해 알고 있으면서도 사례로 보게 되니 새삼스럽게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치료 사례들이 담긴 이야기, 환자들의 일대기가 담긴 내용들이어서 흥미로웠다.
38 명의 환자들은 대부분 잘 사는 유지 집안의 자제들이었고, 미술이나 문학 쪽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신경증적인 증상을 보이고, 모르핀이나 알코올 등의 중독을, 성적인 문제 행동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어렸을 적에 받았던 성적인 충격으로 인해 드러난 증상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약물을 주입하거나 분석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처방과 분석으로 호전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환자들 중에서 프로이트의 딸이자 같은 정신분석학을 연구했던 딸 안나 프로이트와 프로이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의외라고 느껴졌다. 프로이트의 아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안나 프로이트의 문제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성적인 행동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로이트에게 분석을 맡기기도 한다. 사실 나라면 아버지께 나의 문제적인 부분을 내보인다는 것 자체가 조금 부끄러운 일이어서 다른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은 프로이트를 믿고 의지했지만 독자이자 제삼자의 시선인 나에게는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프로이트의 분석이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과에서 볼 문제와 원인을 정신분석학에서 찾는 것도, 경미한 정신적인 문제도 과하게 진단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변비의 원인도 과거 어린 시절 성적인 충격을 받아서 그렇다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석은 정신적인 문제 행동을 보인 이유가 어머니에게 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먹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뭔가 어이가 없었다. 또한, 계속 성관계를 하라는 처방도 당황스러웠다. 아마 지금의 처방이었다면 돌팔이 의사라고 SNS에 도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들 중에서도 환자의 가족들이나 환자가 프로이트를 돌팔이 의사로 칭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사실 돌팔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나에게는 터무니없는 진단처럼 느껴졌다.
당시 보수적인 시대상으로 동성애를 하나의 정신병으로 진단해 말도 안 되는 처방을 내리는 내용도 있었다. 오죽하면 프로이트는 동성애라면 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었다고 한다. 동성애가 정신병에서 나온 게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동성애자가 된 이유를 과거 성적인 문제에서 찾는다는 발상은 조금 말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프로이트는 38 명의 환자들을 가명까지 쓰면서 숨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극비 보안인 것처럼 재산과 명성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에 대한 정신 병력들이 하나의 흠이 된다는 생각에 이를 보호한 것일까. 아니면 프로이트의 실패를 숨기기 위해 했던 일일까. 후자라고 하기에는 가명을 쓴 서신에서 자신의 오진이나 과오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이유로 돌리는 등 자신의 분석에 대해 후하게 평가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진료 기록이지만 말이다.
보면서 다시금 프로이트 이론의 비판을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성적인 부분에 집착해 이유를 찾으려고 했고, 어린 시절에 너무 몰입해 원인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정신적인 문제 자체가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쉽게 호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악화되어, 또는 죽음에 이르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프로이트 이론의 명암 중 어두운 면을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