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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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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문답처럼 이 질문에도 답이 없다. / p.378
이 책은 후안 고메스 후라도의 스릴러 소설이다. 제목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책이었다. 개인적인 상상으로는 뭔가 새로운 악덕한 악마가 붉은 여왕으로 스릴러 장르를 만들 것 같은 느낌. 스릴러 소설의 매력도 충분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존 구티에레스는 포주에게 걸린 매춘부에게 내내 신경이 쓰여 이를 구하기 위해 하던 행동에 오히려 역으로 걸리게 되었다. 그 결과 정직과 함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벌을 받았는데, 그에게 멘토르라는 한 사람이 나타나 안토니아 스콧이라는 사람을 설득시켜 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안토니아 스콧과 함께 팀이 되어 유럽 은행 총재 아들의 살인 사건과 스페인 부자의 딸 납치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붉은 여왕 프로젝트의 이야기이다. 범인은 유럽 은행 총재와 스페인 부자에게 자녀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지만 그들은 이상하게 숨기는 것이 많다.
많지 않은 스릴러 소설을 읽었지만 갑자기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은 자주 등장한다. 내 기억에도 벌써 몇 가지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흔한 소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약간은 충동적이면서도 다혈질의 형사인 존 구티에레스와 이성적이고 차분한 안토니아 스콧은 누가 봐도 상상이 가능한 조합니다. 탐정이나 범죄를 파헤치는 인물들을 다루는 소재라면 어디서든 등장할 수 있는 극과 극의 한 세트였다. 중간에 존 구티에레스의 행동으로 일을 그르칠 때도 있었고, 이성적인 안토니아 스콧의 지혜로 이를 헤쳐나가는 모습들도 보여 주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흔한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었으나 점점 내가 알던 스릴러 소설들과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물론, 인물들의 행동은 여전했다. 존 구티에레스는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행동들을 했고, 이를 제어시키는 역할은 안토니아 스콧이 맡았다. 그러나 범인의 윤곽이 내가 알던 소설들과 달랐다. 아마 인물들이 사정없이 진지했더라면 지루하게 끌고 갔을 텐데 존 구티에레스의 말과 행동들이 조금은 풀어주는 역할을 해서 긴장감과 가벼움이 묘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부분이 나에게는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이유였다고 본다. 특히, 존 구티에레스가 항상 입버릇처럼 부정하는 말이 나의 유머 코드와 딱 맞았다.
범인의 특성도 달랐던 게 나에게는 새롭게 느껴졌다. 보통 내가 아는 납치범들은 금전적인 요구로 가족들을 압박한다. 이는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이 듣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나오는 범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수시로 전화해 가족들을 괴롭히지도 않는다. 몇 번의 전화로 가족에게 전달 사항을 말하는데 이는 이야기 중반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 제안은 가족들에게는 약간 딜레마가 될 수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라면 묻지도 않고 명확한 선택을 했겠지만 말이다.
읽으면서 안토니아 스콧과 범인은 행동의 결과로 선과 악을 보여주고 있지만 원인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류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도 어떻게 생각을 펼치고 있느냐의 따라 선인과 악마가 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안토니아 스콧이 확실한 선의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상대적으로 범인을 찾고 납치된 부호의 딸을 구하려는 의도 자체로만 놓고 보면 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잔인한 내용도 묘사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라 수준의 매운 스릴러 소설은 아니었다. 인물들의 심리나 배경들도 마치 제삼자가 독자에게 서술하는 방식으로 알려 주고 있기에 초반에는 행동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촘촘한 전개들이 시선을 계속 붙잡았다. 왜 이 책이 전 세계에서 읽힐 수밖에 없는지, 영상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는지를 소설을 덮으면서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올 존 구티에레스와 안토니아 스콧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