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맨날 - 고양이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인생사애옹지마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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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과 빵이 있는 인생을 사세요. / p.73

이민기 배우와 정소민 배우 주연의 모 드라마 첫 번째 화 마지막 신에서 신피질의 재앙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간을 분과 초로 나누어서 힘들게 만드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고 하면서 고양이에게는 신피질이 없어 시간적인 개념이 없어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보면서 묘하게 공감했던 적이 있다. 사실 지독한 계획형의 인간이어서 계획으로 일상이 풀리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이 드라마를 보고 위안이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태어나면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마치 유유자적하는 삶. 매일 쳇바퀴처럼 일상을 반복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은 늘 터진다. 차라리 무념무상으로 주인 또는 집사의 사랑을 받는 반려 동물이 되고 싶다. 다시 태어난 내 삶에 주인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말이다. 지금도 가끔 동네 지나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최진영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들의 삶이 궁금했다. 친한 지인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볼 때 저렇게 팔자 좋은 동물이 있을까 싶은데 그 고양이가 보기에는 내가 한심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심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게 의문과 호기심이 들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안고 읽게 되었다.

주인공과 고양이는 함께 손을 잡고 있기도 하지만 고양이가 인간을 이끌기도 하고, 그냥 호기심을 가지고 보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현실적인 말을 건네기도 한다. 따로 줄거리가 있는 것보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 행동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공감이 되는 그런 생각들이었다.

그림 에세이기에 읽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디오 들으면서 한 시간 정도 걸리기는 했지만 집중해서 읽는다면 삼십 분 정도면 충분히 완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 자체가 쉽게 휘발될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충분히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 뼈를 때리는 고양이의 말과 인간의 감정들에 웃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었지만 크게 공감이 가는 부분과 각성이 되는 부분으로 나눠서 인상 깊었다. 우선 공감이 가는 부분은 하면 잘한다는 말과 안 해서 그런 것이라는 말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내용과 이러한 말을 되뇌면서도 내일로 미루는 이유는 이를 했을 때 마주할 작은 능력치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었다. 계획을 하고 자신을 믿고 있지만 미래의 결과가 무서워 이를 회피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딱 이 내용에서 설명해 주는 말과 그림들이었는데 조금은 용기를 가질 필요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도 두 가지 내용으로 등장한다. 이는 흔들리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게 나의 마음이라는 뜻인데 확신이 없을 때의 나의 모습으로 보였다. 중심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면서도 우유부단하게 이를 갈대처럼 휘둘리는 모습들. 마치 흐물흐물한 인간의 모습을 그렇게 그림으로 보고 있자니 나의 모습이 딱 거기에 표현이 된 것만 같았다.

각성이 되는 부분은 감성 응급 처치라는 제목으로 표현된 두 가지의 그림이다. 첫 번째는 인생을 논하면서 메신저 프로필을 바꾸겠다는 집사에게 이성적으로 센치나 재라면서 자를 들이밀고 있으며, 두 번째는 감성에 젖은 인간에게 감성돔을 던지는 장면인데 센치함을 느끼고 있던 야간 시간에 읽으니 이성적으로 현실 직시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혼자 끅끅 대면서 웃기도 했다.

기대치나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길거리에서 내적 댄스를 추고 싶은 욕망이나 술 마시고 전 애인에게 실수하는 과거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거나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객관적인 고양이의 시각으로 보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나의 흑역사가 떠올라서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 파트에서 그게 있었기에 네가 있다는 말을 보고 나니 그것 또한 수치심이 들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은 너무 특이한 인간이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인간 자체를 볼 일이 없는데 그렇게 그려진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물론, 그림 역시도 사람이 그린 것이면서 이 생각이 고양이들의 생각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웃으면서 보기 딱 좋은 그런 그림 에세이를 만나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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