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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너를 위한 까칠한 심리학 - 알고 보면 자신보다 타인을 더 배려하는 너에게
조우관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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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 있기에, 삶을 사랑하기에 불안하다. / p.87
둔한 편에 속한 나와는 조금 거리가 먼 단어이는 하지만 예민하다는 말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뉘앙스로 통용되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예민하다는 말보다는 세심하다는 표현을 주로 쓰는 편인데 꼭 뉘앙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둔하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인 내가 이상할 정도로 주위에 세심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에게 고민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깊이 생각해 고통스럽다거나,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다거나,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배려를 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대략 사람들에 관한 내용들을 묻는다.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스스로가 힘들어지니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조언과 함께 진심이 느껴진다면 어떤 행동을 해도 통할 것이니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그렇게 세심한 사람들은 공감과 배려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예민하다는 말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쓰이는 게 조금 안타깝기는 하다.
이 책은 조우관 작가님의 감정에 대한 심리학 도서이다. 가장 선호하는 비소설 계열의 장르가 심리학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눈이 갔다. 심리학 내용이 나온다고 하면 뒤도 안 보고 바로 읽는 편이기에 나와 조금 거리가 먼 내용이기는 해도 궁금증이 생겼다. 예민함보다는 상처받았던 감정들을 회복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었다.
총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향, 감정, 관점, 자존감, 인간관계, 성장, 회복으로 나누어졌고, 각각의 챕터마다 여섯 가지의 심리학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심리학 용어 자체는 전공을 공부하면서부터 조금씩 배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심리학 실험이나 실생활에서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흥미를 주었다.
전부 흥미롭게 읽었지만 2 장의 <불안 작동 방식>과 4 장의 <자기 이해>, 6 장의 <친사회적 인간>이라는 파트가 가장 인상 깊었다. <불안의 작동 방식>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강박 장애와 출산 시 산모의 불안이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말을 건넨 간호사의 사례를 들어 불안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메르스 이후에 강박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안을 막는 것보다 같이 이겨낼 수 있도록 친절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다. 청결에 대한 내용부터 재미있었는데 원래 손을 과하게 자주 씻는 편이기는 했지만 코로나 19 이후 더욱 심해졌다. 밖에 외출한 이후에는 알콜 스왑으로 전부 소독하고, 손을 씻기 위해 과정 조금 보태서 열 번 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는 편이다. 또한, 불안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심한 편이어서 답답할 때가 많은데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이해>는 마음의 체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우울한 사람이 왜 밝아지기를 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의문이 등장하며, 책에 나온 것처럼 유도나 태권도 등 다양한 시합들은 체급에 맞게 경기를 치루면서 부모의 애정의 크기에 따라 자라온 마음의 체급은 왜 존중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각자에 맞는 안정감과 크기에 따라 스스로를,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사회적 인간>은 공감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던 파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을 돕는 선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평범한 영웅들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나의 관심이 쏠린 부분은 흔히 방관자 효과라고 불리는 제노비스 신드롬의 일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강간과 살인을 당한 29 세 여성을 38 명이 보고도 신고하지 않아 미국에서 일어난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통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욕망에 불타오른 기자의 허위 사실이었으며, 실제로는 이웃들이 신고를 하거나 사망한 키티 제노비스의 옆에서 도왔다는 이야기. 결국 허구라는 이야기인데 이미 인터넷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방관자 효과 자체가 흔들리는 내용을 책으로부터 보게 되어서 충격이었다.
심리학 도서에 너무 자주 등장했던 전기 실험이라든지, 나-전달법에 대한 내용들과 용어들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고, 내용 자체는 뻔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지금까지 읽었던 심리학 도서와는 약간 다른 느낌도 받았다. 사회에 대한 인식이나 요구되어지는 역할, 편견과 고정관념들에 대해 의문을 던져 있는 그대로 살아도 좋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으로 이 책이 나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책이었다. 지금까지 왜 정형화된 이미지대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경계하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인데 여기에서 우울한 사람을 밝게 연기하는 것, 아이들에게 어른스럽다고 칭찬하는 것,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 무조건 이겨내라고 하는 것 등 사회로부터 요구되어진 인식들에 대한 반문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속이 시원했다. 내가 혼자서 가지고 있었던 세상의 반대된 생각들을 짚어 주면서 묘하게 위로와 동질감을 주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