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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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 p.72

이 책은 세이카 료겐의 로맨스 소설이다. 제목과 대충 줄거리만 보고 서인국 배우와 박보영 배우의 모 드라마 제목이 떠올랐다. 제목도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하지 않을까. 사실 그 드라마를 챙겨서 보지는 않았으나 지나가는 장면으로 박보영 배우의 죽음을 서인국 배우가 방해했던 내용을 얼핏 본 기억이 난다. 죽을 때마다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름 흥미롭게 다가왔다. 거기에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니 봄에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바 준은 스스로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던 중 사신을 만나 계약을 한다. 수명과 은세계를 교환해 3년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데, 우연히 자살한 이치노세 쓰키미라는 사람의 기사를 보게 되고, 은시계를 돌려 죄책감으로 자살의 문턱에서 그녀를 구한다. 그리고 이치노세 쓰키미가 자살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이치노세는 자살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아이바 준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은시계를 돌리고, 3년 시한부의 인생이 조금씩 다가온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서 가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기에 로맨스 장르의 소설로 읽혀지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서로의 인생을 붙잡는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읽게 되었다. 로맨스의 감정보다는 절망의 현실에서 느껴지는 인간애가 더욱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서로의 편이 되어 의지하면서 삶의 이유를 찾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읽혔다. 물론, 그 의지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기반된 사랑이겠지만 말이다.

아마 내가 아이바 준의 상황이었다면 애초에 사신과 은시계를 교환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절망의 순간에서 3년을 더 살아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나의 끝을 알고 있기에 의욕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고 해도 큰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판타지이기 때문에 상상이 가능한 상황이었겠지만 사신과 거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바 준에게는 삶에 대한 미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신이 아이바 준과 거래를 한 이유를 읽으면서 생각했었는데 아이바 준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려는 목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신이기 때문에 이치노세 쓰키미의 자살 보도를 보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시계를 돌릴 정도로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인물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이바 준의 생각과 성향을 대충 파악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의 자살을 막고, 삶의 이유를 찾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온전히 그 사람을 책임질 수 없기에 선뜻 대답을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아이바 준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이치노세 쓰키미의 자살을 막았고,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 역시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아이바 준이 대단하다.

시작은 판타지였으나, 결말은 역시 로맨스였다. 원하는 결말이어서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로맨스 작품이기는 하나, 그전에 나에게 어렵거나 앞이 안 보이는 현실에서도 한결같이, 또는 온전히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도 삶은 살아갈만하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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