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IGN 싸인 : 별똥별이 떨어질 때
이선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평점 :

죽은 자들을 위해 산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어. / p.483
이 책은 이선희 작가님의 좀비 스릴러 소설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좀비 소설을 보면서 흥미가 생겼다. 또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좀비나 스릴러 소설을 거의 보지 않는 편이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던 것도 있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큰 재미를 느끼고 있는 만큼 병원에서 일어나는 좀비 스릴러 소설에도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처음에 별똥별이 떨어지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인 박하라는 학생은 각막 이식 수술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이유를 모르는 살인사건들이 일어난다. 뒤숭숭한 일들이 일어나는 도중에 박하의 퇴원을 앞둔 어느 날 병원 내에 사건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사람은 갇히게 되었다. 이들은 병원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병원에서는 알 수 없는 괴물들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간만에 느껴보는 스릴 있는 스토리 전개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면서 읽었다. 사람들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행동들과 괴물과 맞서는 싸움들이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재생이 될 정도로 생생했다. 주인공 박하 이외의 인물들이 많아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 제쳐두고 보더라도 내가 마치 병원에서 괴물을 피하기 위한 인물 중 하나로 느껴질 정도로 몰입이 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약 600 페이지 못 되는 엄청난 분량의 소설임에도 이틀만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문체도 술술 읽혔다.
병원에 남은 사람들은 탈출하고자 하는 목표는 모두 같았지만 그안에서 성격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선악을 소설을 통해서 다시금 피부로 와닿았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괴물이 눈에 보이는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들과 입에 발린 목적으로 인간들을 현혹해 이러한 사태를 만든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정이 사라졌고, 서로 믿음으로 이러한 위기를 헤쳐나가는 사람들과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보안팀의 모습들을 보면서 다시 인간애가 충전되기도 했다. 인간이 가진 희노애락이 전부 나타나 있었다.
그런 와중에 괴물의 습격으로 안타까운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한 생존자들의 충격이 소설에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영상이 아닌 글이었지만 그것 또한 적나라하게 상상이 될 정도였는데 심리적으로 너무 잔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술술 읽힌 것과 별개로 참혹한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감정의 동요가 생겨서 조금씩 멈추고 읽을 정도로 이러한 고통과 슬픔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국 소설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개인의 서사들은 없었지만 병원 안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자로 하여금 울 수밖에 없는 조실부모하거나 사고무탁한 불운의 치트키를 가진 주인공 하나 없이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서로 살기 위해 이기심을 표출하기는 했지만, 사람들끼리 직접 죽이는 싸움은 없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의 손 하나 안 대고 해를 끼치는 욕망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불신과 배신이 난무하는 병원에서도 자신들이 마음을 준 상대들에게는 스스로를 희생할 정도로 따뜻한 인정을 베풀었다. 이 소설을 덮으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사랑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책을 덮으면서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괴물'이 떠올랐다. 사건이 벌어진 무대부터 괴물의 생김새까지 다른 지점들이 많지만 그래도 괴물이 사람들을 해치는 모습들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이 묘하게 겹쳐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는 더욱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좀비 스릴러에 인간성 한 스푼을 얹은 이 소설이 나에게는 또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