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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ㅣ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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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 p.16
이 책은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추리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나름 취향에 맞았지만 그래도 아예 다른 부류의 소설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빠졌던 일본 추리 소설 작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총 네 가지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 다른 사람들과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유미나게 절벽과 그 주변 장소 중심의 이야기이며, 하나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유미나게 절벽은 예로부터 자살과 사고로 유명해 쳐다보지 말라는 미신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야스미 구미오라는 인물은 유미나게 절벽을 지나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상대방 운전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은폐시키고자 야스미 구미오를 죽이기 위해 해를 가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유미나게 절벽에서의 자살이라고 불리는 사건들과 주변에서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 경찰들은 야스미 구미오의 교통사고를 포함한 사건들을 조사한다.
보통 범죄자와 경찰의 심리 게임이거나 범인을 찾는 내용 위주의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까지 봤던 내용과 전혀 다른 트릭과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생소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각 챕터에 실린 사건의 이야기를 눈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추리 소설을 등한시했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예상과 전혀 다른 책 선택이어서 아마 책을 덮고 나서도 별 내용 아닌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옮긴이의 말을 보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 소설로 내가 보고 알던 모든 이야기가 아무것도 아닌 느낌. 생소함은 새로움으로, 당황스러움은 전율로 바뀌었다. 나는 그냥 눈으로 보기만 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심지어 이 소설은 시각적인 트릭을 사용했고, 매 챕터마다 독자에게 큰 힌트를 주기도 했다. 여기에서 나는 추리 소설의 하수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추리 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누구보다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소설은 한 번 보고 끝날 소설이 아니다. 표지의 마지막까지 덮은 다음 매 챕터의 트릭 부분을 다시 훑었다. 시간이 될 때 옮긴이의 말을 읽은 후 처음부터 읽고 싶다. 아마 그렇게 되면 저자의 의도한 장치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을까. 알고 봐도 나에게는 소름이 돋을 것 같다. 그만큼 지금까지 읽던 추리 소설과는 또 다른 부류의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을 맞혔거나 내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갈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범인도, 예상도 전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지만 다른 의미에서 만족감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옮긴이의 말이자 해설이 신의 한 수였던 그런 소설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가 내 기억에 깊이 각인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