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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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는 승리한다는 사실을 존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 p.17

평소 신조어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독서 기록 목적의 SNS를 제외하고 다른 계정이 없기에 커뮤니티나 뉴스에서 사용되는 신조어가 아닌 이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끔 뜻을 몰라서 검색하면 생각하지도 못한 의미로 놀랄 때가 많다. 인터넷에서 보면 신조어 테스트가 있던데 반타작 정도면 많이 맞은 편이고 심지어 그것보다 더 모르는 일도 부지기수다. 신조어 중 하나로 표현한다면 별다줄인가,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신조어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나오면 독서할 기분이 사라진다. 인터넷으로도 자주 노출된 신조어를 책에서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전자의 경우에는 눈에 바로 보이기 때문에 바로 덮을 수 있지만,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때는 진짜 공감이라는 생각으로 보다가 주변 지인들이 어디에 나오던 이야기라고 하면 내 자신이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 이상하게 그렇다.

이 책은 신조어에 관한 에세이이다. 신조어라는 게 아무래도 사회적인 상황을 같이하고 있기에 이런 부분이 궁금했다. 아마 여기에서는 이러한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요즈음 모르는 신조어도 알고 싶다는 조금 할 때가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에세이는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장은 자본주의 사회와 관련된 신조어, 두 번째는 변화되는 세대와 관련이 있는 신조어, 세 번째 장은 사람에 관한 신조어, 네 번째 장은 차별에 관한 신조어를 분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있는 신조어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신조어들도 있어서 신기했다. 또한, 신조어에 관련된 이야기나 유래 등을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 번째 장에서는 취준생이라는 신조어가 가장 공감이 갔다. 아무래도 내 현재 신분을 잘 나타내는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취준생으로 노멀과 뉴노멀을 논하는 내용부터 취준생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시나리오 3막을 인생의 흐름에 나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조선 시대의 평균수명 60 세, 20 세기의 평균 수명 80 세, 21 세기의 평균수명 100 세를 각각 3 막으로 나누어서 비유한다. 다른 시대와 다르게 21 세기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으며, 큰돈을 벌기가 점점 불가능한 사회이니 만큼 1 막부터 3 막까지 모든 막장에서 당면하는 어려움은 취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21 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취준생이거나 잠재적인 취준생이라는 문장이 특별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두 번째 장에서는 비혼과 스불재라는 신조어가 인상 깊었다. 비혼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면서 단어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미혼모와 미혼부를 비혼모와 비혼부로 바꿔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미혼의 경우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비혼은 그런 전제가 없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후자가 맞다는 말인데 아직까지 고쳐져 있지 않은 점은 조금 마음에 걸린다. 정상 가족을 남자와 여자, 자녀의 조합으로 생각하는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불재라는 신조어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이다. 처음에 스불재를 들었을 때에는 엔진을 청소해 주는 모 브랜드의 제품 이름인 줄 알았다. 그 생각이 나서 웃겼다. 또한, 저자가 야구팀인 LG 트윈스의 팬이었는데 그들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이야기를 보면서 누구보다 크게 공감을 했다. LG 트윈스는 아니지만 같이 붙어서 다니는 비수도권 지역 모 구단의 오랜 팬으로서 그 심정이 누구보다 이해가 되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손절이라는 신조어가 기억에 남는다. 마음에 안 들면 인간관계를 끝낸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던 단어였는데 손절매라는 경제 단어에서 처음 유래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신기했다. 손절과 존버를 불확실한 선택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점에 비유한 것도 좋았다. 저자처럼 나 역시도 손절파보다는 존버파에 가깝기는 하지만, 저자와 다르게 손절이라는 단어 자체에 나름 마음이 끌리는 편이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네 번째 장에서는 전체적으로 마음이 아프면서도 답답했다. 맘충이라는 단어로 여성 혐오를, 노키즈존과 휴거 등의 단어로 아동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각종 혐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과 비슷했다. 그 중에서도 틀딱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틀딱을 보았을 때에는 노인 혐오에 대한 내용을 다룰 줄 알았다. 그런데 세대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놀랐다. 영국에서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오케이 부머라는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기록에서 젊은 사람들이 버릇없다는 기록만 남은 이유는 기성세대의 권력이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불만은 겉으로 내뱉지 않았거나 무시되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여기에서 공정성을 가지고 이러한 현상을 보자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나름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 에세이에 나온 것처럼 나왔다가 사라지는 사어가 되기도 한다. 아마 지금 쓰이고 있는 신조어들 중에서는 시간이 흘러 조카들이 대학생이 된다면 모르는 단어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때는 나와 조카들 사이에 묘한 세대 차이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미래에서 추억팔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조어는 늘 사회적인 현상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야기를 묻을 수가 없는데 신조어의 의미와 유래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와 신조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지금까지 신조어라고 하면 긍정적인 이유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도 있었는데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제이니 만큼 어쩔 수 없이 신조어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은 단어를 보았음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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