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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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매일 밤 꾸는 꿈이었다. / p.49


이 책은 피터 스완슨 작가의 추리 소설이다. 작가의 전작이 워낙에 유명하다고 들었다. 최근 추리 소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고,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추리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작을 읽지는 못했는데 지인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했다. 추리 소설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작가의 신작이라고 해서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맬컴 커쇼는 추리 소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서점 올드데블스의 주인이다.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그에게 멀비라는 FBI 요원이 찾아온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것인데 살인 패턴이 그가 블로그에 올린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와 일치하다는 것이다. 멀비와 함께 살인과 블로그 글을 분석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다.

분위기 자체는 살인 자체의 역동성보다는 맬컴 커쇼의 심리나 생각 위주로 진행된다. 덕분에 나 역시도 잔잔하게 맬컴 커쇼의 시점으로 단서를 보면서 범인을 찾고 있는 과정을 겪었다. 나도 모르게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범인으로 의심하면서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 가끔 내가 독자임을 인식시키는 구절들을 보면서 '아, 나 이거 소설로 읽고 있는 중이지.' 하면서 다시 현실로 자각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만큼 몰입도 부분에서는 내가 읽었던 추리 소설들 중에서는 최고였다.

개인적으로 잔인하거나 살인 현장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소설을 선호하지 않았고, 그러한 이유로 추리 소설 자체도 멀리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잔잔한 심리 위주로 진행되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잔인한 내용을 상상하지 않을 수 있어서 오히려 맬컴 커쇼와 함께 범인을 찾는 상상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그 어떤 소설보다 안성맞춤인 이야기였다. 물론,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계속 의심을 하고 읽었기 때문에 범인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기이기는 했다. 그래도 눈을 뗄 수 없는 전개 자체만 놓고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맬컴 커쇼에게 이입이 되어 읽다 보니 쓸쓸하면서도 섬과 같다고 느껴졌다. 주변 인물들이 있기는 해도 그 사람들과 거리를 두거나 벽을 치고 있는 느낌. 소설 안에서도 혼자 집에 가서 책을 읽거나 생각을 하는 등 고독을 즐기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맬컴 커쇼라는 인물이 지냈던 환경에서부터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영향이 있기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터득된 그의 성격이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아마 조금이나마 사람과 어울렸더라면 살인을 주제로 하는 추리 소설에 몰두했을까. 그가 이해가 되면서 연민이 들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추리 소설을 판매하는 서점 점주라는 특성상 추리 소설이 많이 등장한다. 심지어 범인도 맬컴 커쇼의 살인 리스트를 모방해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최소 여덟 권의 추리 소설이 나오지만 내용을 보면 더 많은 추리 소설이 나온다. 그 중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서 익숙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의 내용도 등장한다. 보면서 추리 소설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많이 봤었다면 이해의 폭이 더욱 넓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여덟 권의 추리 소설뿐 아니라 등장하는 다른 추리 소설들도 읽고 다시 재독을 하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나에게는 만족스러운 추리 소설이었다. 아쉬움이 드는 부분은 저자의 필력이나 구성이 아닌 추리 소설에 등한시했던 나의 좁은 독서 편향이었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주변에 추리 소설 마니아 지인들이 많은 편인데 조만간 만나게 되면 추천하거나 선물하고 싶다. 저자의 전작에 대한 관심도 이 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번 기회로 추리 소설의 진면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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